中 車반도체 수출통제 후폭풍… 혼다 북미공장 생산중단

  • 동아일보

獨 폭스바겐 주력 모델 일시 중단
볼보 등 유럽 車업계도 위기 직면
“대부분 업체 2~3주치 재고만 보유
글로벌 공급망 붕괴 재연 우려”

중국 정부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 수출 통제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중국, 미국 정부가 얽힌 지정학적 갈등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혼다는 27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스턴 공장을 포함한 북미 전역의 대량 생산 공장에서 생산 감축 및 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준중형 세단 시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를 생산하는 앨리스턴 공장은 단계적 감산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이번 주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뒤 다음 주에는 5일간 가동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다.

북미에 이어 유럽 자동차 업계도 위기에 직면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9일부터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콤팩트 해치백 ‘골프’, 준중형 SUV ‘티구안’ 등 주력 모델의 생산을 일시 중단한다. 회사 측은 “정기적인 생산 조정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현지 일간지 등은 중국의 넥스페리아 수출 통제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불안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 역시 상황이 심각하다. 호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공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사태는 9월 30일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윙테크 소유의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강제로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기업인 윙테크는 2019년 36억 달러를 들여 넥스페리아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앞서 6월 넥스페리아가 CEO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자국의 수출제한 대상 명단에 포함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네덜란드 정부가 넥스페리아 지배권을 박탈하자, 중국 정부는 4일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 조치에 나섰다.

전체 생산량의 80%를 중국 공장에서 제조하는 넥스페리아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자동차에 사용되는 기본 칩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한 대에 평균 3000개의 반도체 칩이 사용되는데,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같은 차량용 기본소자 부문에서 넥스페리아는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기본 칩의 경우 2∼3주 치 재고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독일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언 등을 대체 공급처로 검토하고 있지만, 수요가 이들 업체에 집중되면 생산 능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펴와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공급 불안정 상황이 수개월간 지속된다면, 결국 국내 기업들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며칠 내 칩 공급이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차량용 반도체#넥스페리아#혼다#윙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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