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전자파 차폐’ 시장 선점… 150억 투자 신공장 가동

  • 동아일보

㈜아진일렉트론
국내 최대 전도성 섬유 생산 구축… 자동차-드론 분야까지 사업 확장
3년 이내 자체 브랜드 출시 목표
특수 센서용 전도성 소재에 집중… 소재 국산화로 원가 경쟁력 확보
전자파 간섭 차폐분야 10년 연구… 테슬라 등 글로벌 10개사와 협력

전도성 섬유 생산 시설을 갖춘 ㈜아진일렉트론은 정보기술 소재 시장을 넘어 자동차, 드론 등 첨단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아진일렉트론 법인 공장 전경. 아진일렉트론 제공
전도성 섬유 생산 시설을 갖춘 ㈜아진일렉트론은 정보기술 소재 시장을 넘어 자동차, 드론 등 첨단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아진일렉트론 법인 공장 전경. 아진일렉트론 제공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자파 차폐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도성 섬유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자동차 내 전자장치가 늘어나면서 전자파 간섭을 방지하는 고기능성 소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아진일렉트론은 이러한 산업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약 150억 원을 투자한 법인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도성 섬유 생산 시설을 갖춘 이 회사는 전통적인 정보기술(IT) 소재 시장을 넘어 자동차, 센서, 드론 등 첨단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법인 공장을 통해 특수 센서용 소재 생산 집중

일반 FABRIC 생산 중인 법인 공장 현장. 아진일렉트론 제공
일반 FABRIC 생산 중인 법인 공장 현장. 아진일렉트론 제공
지난해 정식 출범한 법인 공장은 현재 8기의 롤투롤 라인을 100% 가동률로 운영 중이다. 신공장의 핵심 생산 품목은 무전해 금속 도금 기술을 적용한 특수 센서용 전도성 패브릭으로 자동차 및 첨단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소재다.

일반 FABRIC 생산 중인 법인 공장 생산 라인. 아진일렉트론 제공
일반 FABRIC 생산 중인 법인 공장 생산 라인. 아진일렉트론 제공
센서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고정밀 전도성 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회사는 이 분야에 생산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기존 전도성 쿠션과 부직포 제품도 안정적으로 생산해 다품종 생산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아진일렉트론의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 규모 확대를 넘어선다. 무전해 도금 공정의 특성상 발생하는 부식성 가스로 인한 설비의 내(耐)부식 문제는 기술적 과제였다. 스마트팩토리 완전 전환에는 제약이 있었지만 국내 최대 생산 규모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실질적 자동화에 집중했다. 도금 이송 바 자동 박리 설비 2기, 자동 약품 이송 장치, 자동 제품 이동 및 포장 시스템, 비접촉 열 회수 건조 설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최철수 대표는 “강화되는 산업안전법과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이러한 투자로 품질과 생산성을 10% 향상시키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도 눈에 띈다. 회사는 법인 공장을 기존 도금 1공장과 본점·지점 법인 구조로 재편하며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주요 소재인 폴리에스테르 원단의 100% 국산화를 달성해 공급망 리스크를 크게 낮췄다. 무전해 도금에 필수적인 팔라듐, 니켈, 구리 등 희소금속 원료는 LME(런던금속거래소) 시세 변동 영향을 직접 받지만 전략적 구매와 재고 관리를 통해 원가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성과는 친환경 인증 획득이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RCS 2.0 인증을 취득했다. 재활용 원료 함량 기준을 충족하는 국제 인증으로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한 사례다. 현재 5개 제품군 10개 품목에 대한 친환경 제품 양산을 진행 중이며 이는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0년 도전의 결실… 자동차 시장에서 차별화 성공

아진일렉트론 전도성 섬유 제품.
아진일렉트론 전도성 섬유 제품.
아진일렉트론이 전도성 섬유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배경에는 끊임없는 혁신이 있다. 이 회사는 EMI(전자파 간섭) 차폐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10여 년 전부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동차 분야에 과감히 도전했다. 전도성 섬유가 IT 기기용 부품에 국한됐던 당시 회사는 전기차 시대 도래를 예측하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신제품 개발과 고사양 특수 분야로의 사업화에 집중한 결과 현재 도요타, 테슬라를 비롯한 10여 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자동차 산업 진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자동차용 부품은 IT 제품보다 훨씬 높은 내구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며 극한의 온도와 진동 속에서도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회사는 이러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고 수차례 시험과 검증을 거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 기준을 통과했다.

현재 아진일렉트론의 제품은 미국, 유럽, 중국을 넘어 남미까지 진출하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슬로바키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등 글로벌 자동차 생산 거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 OEM 업체들과의 파트너십도 확대되고 있다. 회사는 월 1회 이상 주요 해외 고객사를 방문해 협업을 논의하고 미국전기전자학회(IEEE) 유럽 및 아시아 전시회에 매회 참가하며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신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시장 공략… 하이테크 제품으로 주도권 확보

법인 공장 내 연구개발실.
법인 공장 내 연구개발실.
중국 시장 진출은 아진일렉트론의 기술력과 전략적 사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전도성 원단, 폼, 테이프 기술력은 급속히 발전했다. 일반 사양 제품에서는 한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대량생산을 통한 낮은 가격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과의 정면 대결은 승산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아진일렉트론은 다른 길을 택했다. 회사는 이미 수년 전 이러한 시장 변화를 예측해 일반 사양 제품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신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한 특수 도금, 코팅, 멀티 제품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업체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난도 기술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동시킨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이어졌다. 저단가 경쟁에 지친 중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경쟁사들이 오히려 아진일렉트론에 OEM 및 ODM 생산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력에서 앞서지 못하는 경쟁 업체들이 아진일렉트론의 생산 역량과 품질을 인정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가격경쟁을 넘어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회사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 기술 선도… 드론 산업까지 영역 확장

아진일렉트론의 도전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는 전도성 섬유 기술을 드론 산업에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드론은 통신 장비, 센서,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장치가 작은 공간에 집적돼 있어 전자파 간섭 문제가 심각하다. 아진일렉트론의 경량 전도성 소재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드론의 무게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전자파 차폐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 노력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3월 경상대 항공핵심기술 선도연구센터의 ERC 참여 기업으로 선정돼 7차 연도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같은 해 4월에는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사업 수출지향형 과제 수행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 과제는 2027년 3월까지 진행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 지원 과제 선정은 회사의 기술력이 공공 영역에서도 검증받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성장 가능성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법인 공장 가동에 힘입어 2026년부터는 30% 이상의 매출 성장이 전망된다. 같은 해 코스닥 상장도 추진 중이다.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회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는 직원들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2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50명이 넘는다는 것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다. 동종 업계 대비 높은 수준의 급여 체계와 10년 전부터 제공해온 기숙사 등 직원 복지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인 조직문화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도 채용하고 있으며 이들 역시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며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다음 목표 또한 명확하다. 3년 내 자체 브랜드를 출시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글로벌 기업들의 OEM 방식으로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아진일렉트론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서 인정받고자 한다. 단순 주문생산 업체가 아니라 독자 브랜드를 가진 진정한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미래 기술 선구자로서 끊임없이 도전한다”

[인터뷰] 최철수 ㈜아진일렉트론 대표이사
최철수 대표(사진)는 아진일렉트론이 현재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EMI(전자파 간섭)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신제품과 고사양 특수 분야로의 꾸준한 개발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10여 년 전 자동차 분야 진출 결정은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 투자를 요구했지만 미래 기술의 선구자 자세로 임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아진일렉트 법인 공장 준공식 사진.
지난달 26일 ㈜아진일렉트 법인 공장 준공식 사진.
법인 공장 본격 가동과 관련해 그는 무전해 도금 공정의 특성상 완전한 스마트팩토리 전환에는 기술적 제한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최대 생산 규모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설비 자동화와 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도금 이송 바 자동 박리 설비와 자동 약품 이송 장치 등을 구축해 산업안전법 강화와 근로자 안전에 대응하면서도 품질관리와 생산성을 10%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 전략에 대해서는 “일반 사양 제품으로는 중국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예측했다”며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기술이 필요한 특수 도금과 코팅, 멀티 제품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경쟁사의 요청으로 OEM과 ODM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술 우위를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저단가 경쟁에 지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전기·전자 분야에 집중됐던 시장에서 자동차와 센서 분야로 확대하며 미국, 유럽, 중국에 이어 남미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IEEE 전시회에 매회 참가하고 있으며 월 1회 이상 주요 해외 고객사를 방문해 협업과 신규 분야 제품 적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아진일렉트론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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