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27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내거나 행사를 여는 대신 차분한 정중동(靜中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가시적 성과로 ‘실용주의’ 리더십을 입증하겠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3주년 당일인 27일 별도의 행사 없이 평소처럼 경영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그는 2022년 회장 취임 당시에도 취임사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했고, 이달 24일 이건희 선대 회장 5주기 추도식에서도 대외 메시지 없이 사장단과 비공식 오찬을 갖고 생산 현황과 조직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의 침묵은 내부 위기감 고조와 맞물려 있다. 이 회장은 올 3월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는 글로벌 D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주며 위기론이 절정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이 회장의 위기의식은 이후 현장 중심 경영 강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올 7월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AI6 반도체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8월에는 애플로부터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의 설계 및 위탁 생산 계약을 따냈다.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대규모 수주 소식이 전해진 시점은 이 회장이 7, 8월 미국 출장 중이던 시기와 맞물린다. 그가 빅테크 기업과의 신규 수주 관련 논의에 직접 관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7∼9월)에는 연결 기준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8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2022년 2분기(4∼6월) 14조1000억 원 이후 최대치다.
연말을 앞두고 굵직한 일정이 산재한 것도 ‘조용한 3주년’의 배경이다. 이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을 앞두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리더들과의 회동을 준비 중이다. 내년 AI·반도체 시장 주도권이 걸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공급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이 회장이 직접 주도할 올해 삼성 인사도 주목된다. 삼성은 통상 12월 초 단행하던 인사를 최근 2년간 11월 말로 앞당겼으며,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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