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미국이 조선업에 진심이라면 답은 한국뿐

  • 동아일보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산업분석부 연구원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산업분석부 연구원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는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미국 투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시점에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롯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의회 모두, 올해 행정명령이나 갖가지 법안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말 중국 정부의 조선업 지원 정책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미국 무역대표부 또한 올 4월 중국산 선박을 견제하고 미국산 선박을 강조하는 여러 행동에 나섰다. 이렇게 충만한 의지에 비해 자구 노력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산업 재건을 한국의 시스템과 자금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 조선업이 쇠퇴하고, 조선사들이 상선으로 돈을 벌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내 상선 전문 조선사들의 ‘총주소가능시장(TAM)’은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 선주들이 발주하는 선적 연안무역선 신조 수요에 갇혀 있었다.

문제는 존스법 시장의 계약선가가 국제 시세에 비해 아주 높다는 점이다. 미국 선주들 입장에서 존스법에서 자유로운 국제무역선을 시세에 비해 높은 선가를 부담하면서 미국 조선소에 발주할 필요가 없다. 선가 경쟁력 없는 미국 조선사들이 한 해 동안 접할 수 있는 존스법 시장 규모는 10척 이하이다. 이 시장의 50%를 점하고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조차도 생산성 문제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마스가의 목적은 미국 조선업의 전방 시장을 국제무역선 신조 시장으로 넓히는 것이다. 아시아 조선사들과 국제무역선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계약선가를 낮춰야 한다. 계약선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건조 원가 구조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마스가를 통해서 한국 조선사들이 가장 빨리 손볼 수 있는 것은 고정비다.

1인당 임금을 낮출 방법은 없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최근 미국에 진출해서 투자를 진행 중인 다른 기업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근로자들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식 교육훈련 및 야드 자동화를 통해 1인당 생산성을 높이고, 한국 조선사의 건조 시스템을 이식해서 건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마스가의 가치는 미국 조선업의 상선 수주 사이클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간다는 데 있다. 고립된 환경에서 전 세계 신조 사이클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미국 조선업에, 공급과 수요 모두를 안겨주는 것이다. 핵심은 새로 생겨나는 수요다. 마스가로 미국 조선사들의 생산 능력이 증가해도, 시설을 100% 가동할 만한 수요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조선사향 상선 신조 시장은 연간 75척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이 수요 대부분을 한국 조선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다.

자국 조선업 부흥에 진심이라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한국밖에 없다. 한미 간 통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마스가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제시한 투자안을 미국이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것이라 내다본다. 이는 한국 조선사들이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미국이 중국 조선업과의 격차를 좁혀 갈 수 있는 빠른 방법이다.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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