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생긴 이래 탄핵 추진 처음
직원들 이복현 퇴임 앞 피로감 호소
“노조 제대로 작동안해” 불만 폭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이 노조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999년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이 통합하며 만들어진 금감원의 탄생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금감원 노조원들은 대체 왜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28일 현직 노조위원장에 대한 ‘불신임’(해임) 투표를 진행합니다. 올 3월 말 기준 금감원 노조원은 1817명으로 전체 구성원의 74% 정도입니다. 재적 조합원 중 과반수가 투표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불신임에 찬성하면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조합원들은 현직 위원장의 소통 의지가 부족했다고 말합니다. 노조 의견을 통일해 회사 측과 유의미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커녕 노조 내부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겁니다. 노조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금·단체협약 협상도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금감원 A 팀장은 “회사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식’으로 대화하는 게 기본인데,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생각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며 “노조원 이야기조차 경청하지 않으니 이렇게 된 거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노조 탈퇴를 고려 중인 B 팀장도 “소통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런 상황이 펼쳐졌다는 데 주목합니다. 이 원장이 임기 말까지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업무가 폭주,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건데요. 지난해 20, 30대 저연차 직원들의 퇴사가 급증한 데다 올 1∼4월에도 인사혁신처의 취업심사를 받은 직원이 22명이나 될 정도로 구성원 이탈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금감원 C 선임조사역은 “조직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 노조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위원장 탄핵’이란 초유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노조위원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습니다. 법원이 28일 이전에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노조원 투표가 잠정 연기됩니다. 이 원장의 취임과 함께 역대급 위상을 갖게 된 금감원. 하지만 조직 안팎에서 파열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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