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의 등장은 기존 자본시장에서 자산의 개념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빈부의 격차를 건너뛰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가격, 치솟는 물가, 벌어지는 임금 격차와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 속에서, 청년층이 근로를 통한 자산 축적보다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의 경우 20, 30대 암호화폐 투자자가 462만 명(전체 약 967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디지털 자산은 기성세대에 비해 거부감이 덜하고 오히려 매력적일 수 있다.
청년층이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위험한 투자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우리의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펼치고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의 토대가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 80년대 제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 기반을 조성했다. 이러한 산업 성장의 열매는 기성세대 자산 형성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은 점차 쇠퇴하고 소위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 등 일부 암호화폐를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인정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이제 가상자산은 글로벌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 기술의 보급이 네이버 같은 플랫폼 산업과 쿠팡 같은 마켓 산업을 만들어 낸 것처럼 이제 블록체인 기술이 여러 산업을 만들어 낼 것이다.
청년층에게 성장과 희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공정한 가상자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초창기여서 각 주체의 역할과 기능을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겨우 가상자산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 투명성조차 검증해 주지 못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규제와 통제를 통해 공정성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제는 과감하게 디지털 자산 거래 시장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할 주체를 밝히고 공공성을 담보할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부실하거나 불량한 암호화폐를 걸러내고 건전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수도 있다. 블록체인을 새로운 영역과 접목해 신성장 산업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투자자 보호와 그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별하여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이 미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펼칠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