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판매 1년만에 수입 소형차 1위
적극적 현지화로 시장 입지 다져
연내 3000만대 대기록 작성할 듯
“트럼프 관세, 현지 생산으로 극복”
미국, 유럽, 일본 등 전통의 자동차 산업 강국이 주름잡던 1986년 미국 시장에 한국산 ‘포니엑셀’이 처음 등장했다. 현대자동차의 독자 기술로 처음 양산한 포니의 후속 모델로 포니를 넘어선다는 의미를 담아 ‘엑셀(Excellent)’을 붙였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포니엑셀의 성공을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당시 판매가 5000달러로 가성비를 장착한 포니엑셀은 수출 2년 차인 1987년 한 해 26만3610대가 팔리며 미국 수입 소형차 부문 연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만들어지던 포니엑셀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 포니엑셀 진출 39년 만에 3000만 대 고지 눈앞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포니엑셀의 미국 시장 진출 이후 39년 만인 올해 현지 누적 판매량 3000만 대를 앞두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총 2930만3995대를 팔아 3000만 대까지는 약 70만 대가 남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기는 성공적이었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까다로운 미국의 안전 테스트와 배기가스 규제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별도의 미국 기술연구소까지 설립해야 했다. 그 결과 1986년 1월 미국 환경보호청 배기가스 환경 인증을 통과했고, 포니엑셀은 국산차 중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에 오를 수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일찌감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기아는 1992년 미국 판매법인을 설립한 뒤 1994년 세피아, 스포티지를 판매하며 초석을 다졌다. 이어 2005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2010년 기아 조지아 공장을 설립하며 미국 현지 생산 체계를 마련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기존 미국 시장을 장악한 완성차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는 199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100만 대를 판매했고, 2011년에는 1000만 대를 넘어섰다. 7년 만인 2018년에는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2년 연속 판매량 4위를 차지했다.
● 美 생산기지 가동률 끌어올려 위기 정면 돌파
올해 미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에 위기이면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 관세가 내달 2일 시행을 앞두고 있고 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품목 관세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외 생산 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해 관세 부과에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26일(현지 시간) 준공식을 앞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연간 현지 생산량을 120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쟁사인 GM과 포드, 도요타 등이 생산기지를 멕시코와 캐나다로 옮긴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 역량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현대차와 기아가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품군을 확대하고 상품성을 높여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지난해 10월 양산을 시작한 HMGMA에서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 급변하는 미국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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