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담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사실상 확정됐다. 정부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라는 야당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신규 건설 원전 개수는 3기로 당초 계획보다 1기 줄었다. 10개월에 걸쳐 전문가 90여 명이 수립한 원안이 뚜렷한 과학적 근거 없이 변경돼 ‘졸속 수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2038년까지 적용되는 11차 전기본을 보고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상임위 보고를 마친 11차 전기본을 21일 안덕근 장관이 주재하는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의결, 확정해 공고할 예정이다.
전기본은 전력망 구축, 발전소 건립 계획 등 앞으로 15년간의 전력 수급 구상을 담은 최상위 계획이다.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5월 정부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2038년까지 대형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반대하자 정부는 지난달 신규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3기에서 2기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원전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91명의 전문가가 10개월간 87회에 걸친 회의 끝에 완성한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변경하고 이유를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전문가들이 장기간 회의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아무런 근거 없이 변경하는 것은 정치적 타협에 불과하고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원전 1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하는 최종안대로라면 2039년부터 국민이 부담할 소매 전기 요금이 기존 안 대비 해마다 3835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정부는 곧 신규 원전 부지 확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신규 원전 2기의 부지 선정 작업을 이르면 다음 달 착수해서 내년 말 또는 2027년 초에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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