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맞춤형 ‘마인드 케어’… 성장세 큰 수면테크 시장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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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첫 수면테크 제품 ‘브리즈’
뇌파 측정 통한 맞춤형 솔루션
수면 유도와 마음 진정 기능 탑재
코르티솔 측정치 41% 감소 효과

LG전자의 ‘브리즈’ 이어셋을 착용하면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마음을 안정시키는 주파수를 통해 ‘마인드 케어’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수면도 유도할 수도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의 ‘브리즈’ 이어셋을 착용하면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마음을 안정시키는 주파수를 통해 ‘마인드 케어’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수면도 유도할 수도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 제공
“일이 잘 안 풀릴 때, 다른 사람이 엉망으로 해둔 일을 보고 화가 났을 때 등 회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화나는 상황 속에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LG전자가 올 7월 선보인 마음 건강 솔루션 ‘브리즈(brid.zzz)’의 사용 후기다. 후기처럼 사무실에서뿐만 아니라 이동 중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혹은 카페에서도 귀에 이어셋만 꽂으면 언제든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이 제품의 콘셉트다. 또한 불면증으로 잠 못 드는 사람들을 위한 수면 케어 기능도 있다. 제품명인 브리즈는 산들바람을 뜻하는 ‘breeze’와 수면을 의미하는 ‘zzz’를 더해 만들었다.

효과는 어떨까. 제품 출시 전 고려대, 분당서울대병원과 진행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브리즈 사용 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 측정치가 약 41% 낮아졌다. 또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 수면 중 깬 시간 등 대부분의 수면 지표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브리즈’의 충전 케이스. 케이스 안에 한 짝의 이어셋이 들어 있으며 은은하게 불빛이 나와 램프 기능도 한다. 스마트폰에 브리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이어셋을 귀에 꽂으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된다. LG전자 제공
LG전자 ‘브리즈’의 충전 케이스. 케이스 안에 한 짝의 이어셋이 들어 있으며 은은하게 불빛이 나와 램프 기능도 한다. 스마트폰에 브리즈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이어셋을 귀에 꽂으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된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브리즈를 출시한 이유는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아큐멘리서치앤드컨설팅에 따르면 글로벌 수면 테크 시장은 2021년 154억7000만달러(약 20조6600억 원)에서 2030년 609억5500만 달러(약 81조4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면장애 진료 환자 또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21년 수면장애 진료 환자는 70만9233명으로, 5년 전인 2016년(49만4915명)과 비교해 43.3%나 늘었다.

● 이어셋만으로 뇌파 분석 가능


브리즈의 핵심 경쟁력은 뇌파 측정 기술이다. 시중에 다양한 뇌파 측정 기기가 나와 있지만 대부분 헬멧을 쓰거나 머리에 밴드를 두르는 등 여러 장치를 부착해야만 했다. 그러나 브리즈는 이어폰을 귀에 꽂기만 하면 기기를 통해 뇌파가 측정돼 개인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브리즈에는 좌뇌와 우뇌에 각각 들려주는 주파수의 차이를 이용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뇌파를 유도하는 ‘뇌파 동조 원리’가 적용됐다. 예를 들어 깊은 수면 상태에 해당하는 2Hz 대역의 뇌파를 유도하기 위해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2Hz 주파수 차이가 나는 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양쪽 귀에 약간 다른 주파수의 음파를 동시에 들려주는 치료법을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s)’라고 한다. 시장에서 볼 수 있던 기존 기기들은 고정 주파수를 유도해 뇌파를 조절했다면 브리즈는 ‘다이내믹 바이노럴 비트(Dynamic Binaural Beat)’로 주파수의 영역을 넓혀 실시간으로 바뀌는 사용자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주파수 소리를 제공한다. 특히 슬립 케어 모드의 경우 세타파와 델타파를 유도해 숙면에 도움이 되는 뇌파를 발생시킨다. 뇌파 유도 음향은 매우 미세하게 나와 귀에 감지되지는 않지만 국내외 아티스트가 작곡한 자장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음향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효과를 느낄 수 있다.

● ‘마인드 케어’ 효과 좋아

브리즈가 수면 케어에만 특화된 것은 아니다. 일상 속 잠깐 짬을 내 명상을 하거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는 ‘마인드 케어’ 기능도 제공한다. 마인드 케어는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새로운 나를 찾고 싶을 때 △답답하고 괴로울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요한 모드에 따라 안정 및 숙면을 유도하는 주파수 소리나 ASMR 사운드, 자장가 등 90여 종의 콘텐츠가 나온다.

기자가 직접 이용해본 결과, 마인드 케어는 특히 점심시간을 활용해 낮잠이나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했다. 브리즈 이어셋을 귀에 꽂고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악과 호흡’ 모드를 실행하니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목탁 소리가 흘러나왔다. 긴장 완화 음악을 들으며 화면에서 안내하는 대로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기를 반복하다 보니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인드 케어 결과가 점수화돼서 나오다 보니 점수를 올리는 재미도 있었다.

● 혁신 제품 선보이는 ‘LG랩스’ 첫 작품


브리즈는 LG전자가 사내외에서 발굴한 실험적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실험실 ‘LG랩스’의 첫 작품이다. LG랩스는 LG전자 사내외에서 발굴한 실험적인 제품, 서비스, 솔루션을 선보이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LG전자는 세탁기와 에어컨 같은 기존 사업 분야 외에 새로 시도하는 사업, 임직원들이 사내독립기업(CIC)에서 도전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상품 등을 LG랩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한편 CIC는 LG전자가 신사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운영 중인 조직 형태다. 브리즈는 LG전자 CIC인 ‘슬립웨이브컴퍼니’가 개발했다.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수면 케어 솔루션이 공개된 이후 마인드 케어 기능이 추가돼 출시됐다.

지금까지 CIC를 통해 선보인 제품은 식물 생활가전 ‘LG 틔운’, 소상공인 홍보 콘텐츠 제작 서비스 ‘머스타드’, 공유 모빌리티 무선 충전 스테이션 서비스 ‘플러스팟’ 등이 있다.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의 디지털 가상 신발 컬렉션 몬슈클 등도 현재 LG랩스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들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lg전자#마인드 케어#수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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