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보다 비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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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6%만 “결혼에 긍정적”
비혼 선택 34%가 “자금 때문”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여성 윤모 씨(32)는 최근 소개팅을 한 후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혼자만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윤 씨에겐 누군가와의 만남 자체가 귀찮은 일이다. 그는 “퇴근 후 취미생활을 하며 즐기는 나만의 시간이 소중해 굳이 결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결혼해 시댁이 생기면 부모님께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이 3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는 절반 넘는 청년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결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도 50%가 넘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비중은 지난해 기준 36.4%였다. 2012년(56.5%)보다 20%포인트 넘게 줄었다.

특히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비율은 28.0%에 불과했다. 남성은 43.8%가 결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감소 폭은 남성(―22.3%포인트)이 여성(―18.9%포인트)보다 더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들이 처한 경제적 여건이 어렵고 이에 따라 가족 돌봄을 부담으로 느끼면서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줄어든 것”이라며 “다만 가족 관계에 대한 청년들의 만족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청년 54% “결혼해도 자녀 가질 필요없어”


“결혼보다 비혼”
10명중 8명 “비혼 동거에 동의”
74%가 “가족관계엔 만족” 응답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3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낌’(17.3%), ‘출산과 양육 부담’(11.0%) 등의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결혼 자금 부족’을 꼽은 비중(40.9%)이 월등히 높았다.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는 13.3%였다. 반면 여성의 경우 금전적인 이유(26.4%) 못지않게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23.7%)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혼에 대해 여성이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결혼하더라도 ‘딩크족’을 꿈꾸는 청년들도 점점 늘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청년 2명 중 1명 이상(53.5%)이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 비중은 관련 조사를 하기 시작한 2018년(46.4%) 이후 꾸준히 늘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43.3%, 여성의 65.0%가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아이를 입양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청년의 비중도 지난해 31.5%로 10년 전(52.0%)보다 줄었다. 입양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입양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다만 가족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 전반적인 가족 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73.5%로 나타났다. 10년 전(64.8%)보다 늘어난 수치다. 청년들이 가족을 형성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기보다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혼 동거와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지난해 청년 10명 중 8명(80.9%)이 비혼 동거에 동의한다고 답해 10년 전(61.8%)보다 늘었다. 또 10명 중 4명(39.6%)은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역시 10년 전(29.8%)보다 늘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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