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줄이고 집적도 높인 혁신… LG이노텍, 2031년 기판 영업益 ‘1조’ 정조준

  • 동아경제

미디어 테크 데이서 RF-SiP·FC-CSP·FC-BGA 3대 핵심 제품 공개
독자 공법으로 세계 시장 선점…지난해 영업이익 전년 대비 82% 급증
추론형 AI 확산에 메모리용 기판 수주 활발…베트남 신공장 이달 착공
대면적 FC-BGA 생산 인프라 고도화…2028년까지 하이엔드 시장 안착 목표

조지태 LG이노텍 전무가 패키지솔루션 미디어 테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조지태 LG이노텍 전무가 패키지솔루션 미디어 테크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이 반도체 기판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LG이노텍은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미디어 설명회를 열고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의 핵심 기술과 중장기 사업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조지태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전무)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오는 2031년까지 해당 사업부의 연간 영업이익을 1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패키지솔루션 사업은 지난해 기준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에 머물렀으나, 전사 영업이익의 19%를 창출하며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세기 동안 축적한 기판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군을 확대해 온 결과다.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 LG이노텍 제공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 LG이노텍 제공
실적 지표도 구체적인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은 1조 7200억 원으로 전년(1조 4600억 원)보다 약 1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8억 원에서 1289억 원으로 82% 급증했다. 통신 규격 고도화와 고사양 스마트폰 보급,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시장의 개화가 맞물리면서 고부가 기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도 이 같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LG이노텍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대표적 제품은 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RF-SiP) 기판이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이 필요한 기기 내부에서 전력 증폭기와 칩셋 등 다양한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메인보드와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LG이노텍은 좁은 면적에 미세 회로를 배치하는 초정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만 1868건에 달한다.

지난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기판 내부의 코어 층을 없앤 코어리스 구조를 개발해 제품 두께를 20% 줄였다. 아울러 특수 처리된 구리와 신호 지연이 적은 절연재를 도입해 송수신 과정의 신호 손실을 기존 대비 70% 축소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글로벌 RF-SiP 기판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주요 고객사 내 점유율은 약 65%에 이른다. 올해는 이를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5G 도입 이후 회로와 부품 수가 60% 이상 늘어나며 스마트폰 슬림화가 난제로 떠오르자, 구리기둥(Cu-Post) 공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기존 납땜용 구슬(솔더볼) 대신 구리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미세하게 납땜을 얹는 방식으로, 회로 집적도를 높이면서 두께는 20%가량 감소시켰다. 남상혁 패키지솔루션연구소장(연구위원)은 솔더볼 간격을 추가로 10% 줄이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 중이며, 6G 시대에 맞춰 부가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의 대면적/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의 대면적/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제품 2종. LG이노텍 제공
모바일용 기기 내부의 연산장치(AP) 등에 주로 쓰이던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 기판은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영역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추론 기능이 강조되는 추론형 및 에이전틱 AI 시장이 커지면서 서버와 가속기용 그래픽스 디램(GDDR) 채택이 확대된 데 따른 변화다.

LG이노텍은 모바일 기판 양산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황정호 패키지솔루션마케팅담당(상무)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GDDR7용 FC-CSP 기판 물량을 수주해 경북 구미 생산 라인을 전면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중 착공하는 베트남 신공장에 FC-CSP와 RF-SiP 생산 라인을 최우선으로 구축해 공급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컴퓨터와 자동차, AI 서버 등 대형 기기에 최적화된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분야에서도 투자를 가속화한다. FC-BGA 기판은 일반 모바일용 기판보다 면적이 18배 이상 넓고, 층수도 최대 22층으로 3~4배 더 높게 쌓아 올려 공정 난이도가 높다. 현재 가로·세로 85mm 크기의 제품을 양산 중이며, 120mm 이상의 초대면적 제품도 개발 단계에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2022년 해당 사업에 진출한 이후 구미 제4공장을 인수해 대규모 생산 기지를 마련했다. 이곳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해 제조 공정 전반을 자동화한 지능형 공장으로 운영된다. 이물질에 민감한 대면적 기판의 특성을 고려해 고도화된 수율 관리 인프라를 갖췄다.

생산 성과도 본격화되고 있다. 2022년 통신 및 TV용 기판 양산을 시작으로, 2024년 말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PC 칩셋용 제품 공급에 착수했다. 올해 3분기에는 동일 고객사를 대상으로 PC 중앙처리장치(CPU)용 제품의 양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향후 자율주행 및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등 하이엔드 영역으로 보폭을 넓혀 2028년까지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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