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공식품 10.4% 올라
14년만에 최대폭… 외식은 7.5%↑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도
업체들 경쟁적으로 가격 올려
지난해 외식 물가가 급등한 데 이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며 먹거리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우려해 식품·외식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업체들은 제품 값을 속속 올리고 있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압력이 지속돼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0.4%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7.5% 올랐다.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상승은 공공요금과 함께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품목별 물가 상승률에서 전기·가스·수도(28.4%) 다음으로 가공식품(10.4%), 기타 농산물(10.4%), 수산물(8.3%), 외식(7.5%) 등의 먹거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1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2021년 12월부터 15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은 치즈(34.9%), 식용유(28.9%), 밀가루(22.3%) 등이 주도했다. 외식 품목별 상승률은 식당에서 파는 소주 11.2%, 라면 10.7%, 피자 10.7% 등이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식품·외식업체들은 가격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교촌치킨은 다음 달 3일부터 소비자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리기로 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씩 인상했다.
문제는 재료 값과 인건비 상승 추세로 인해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 요청에 따라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공공요금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이 겹쳐 마냥 억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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