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中企만 60만곳…“여력도 없는데 중대재해처벌법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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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7일 0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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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 모습(뉴스1DB)ⓒ News1
인천 남동공단 모습(뉴스1DB)ⓒ News1
“50인 미만 사업장만 60만개가 넘습니다. 모두 영세한 기업인 데다 인력난도 극심한데 안전 관리 전문가를 어디서 구할지 막막합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현재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지만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대다수 기업들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에는 공감한다.

다만 사업주 처벌에 방점을 둔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중소기업들은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전문 인력 도움이 필요한데 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관련 인원 확보도 쉽지 않아 유예기간을 좀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2024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현재는 50인 이상 기업에게만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처벌법 적용을 받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안전관리자 확보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생산인력 확보조차 어려운데 안전 관리 전문 인력만 따로 채용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안전관리자의 경우 급여 및 처우가 유리한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채용하려 해도 인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도금업체 관계자는 “도금공업의 경우 30인 미만 업체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며 “인력난으로 바쁠 땐 말단 직원부터 사장님까지 발로 뛰며 일하는데 안전만 담당하는 직원을 따로 둘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 내용 때문에 안전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 사업자가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뚜렷하게 위반한 경우는 상관없지만 근로자 과실이 개입됐을 경우 이를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다. 해석에 따라 과실 책임을 판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영세 사업장 부담이 가중된다. 유사한 사례라도 법원 판단에 따라 처벌 여부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들이 대비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 중 하나다.

한 플라스틱 제조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종의 경우 90% 이상이 50인 미만 업체”라면서 “안전인력 배치 및 사고 예방 교육과 관련해선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 일선에선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 매년 안전관리 교육을 받으라고 연락이 오긴 한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따로 관리감독을 받는 게 아니라서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교육을 받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호한데 당장 내년부터 법이 확대 적용되면 몇몇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산인력 부족에 외국인 근로자 및 고령자 채용이 많은 중소기업의 경우 안전관련 교육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안전조치 의무에는 충분한 안전교육 등이 포함되는데 언어소통 한계로 이 부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도금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는 베트남인 등 외국인이 많다”며 “한국어도 서툰 이들에게 복잡한 안전관리 규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장 의견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93.8%가 중대재해법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적용제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 전문인력 부족(47.9%)을 꼽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과 관련 최소 2년 이상의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8만여개에 달하는 고위험업종의 경우 전체 업장의 80% 이상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충분한 교육 및 현장 컨설팅이 필요한만큼 법 시행 이전에 안전투자 및 안전보건관리체계부터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에 특히 많은 외국인 근로자 및 고령자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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