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일타강사’ 원희룡 “집값 연착륙 대책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9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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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집값의 일정한 하향 안정화는 불가피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어제) 국토부 누리집과 개인 유투브 채널을 통해 “PIR(소득 대비 집값의 배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콘텐츠는 원 장관이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PIR이 18인데, 이게 10~12 정도로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발언한 뒤 제기된 “집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에서 원 장관은 12분 30초 동안 ▲집값이 정권 교체를 불러올 정도로 문제가 된 원인 ▲집값 하향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폭락 중인 집값과 거래 단절 상황에 대한 분석 ▲집값 경착륙 방지 방안의 필요성 등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내용은 그가 평소 주장한 것들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다. 다만 집값 하락세에 대한 분석이나 경착륙 방지 방안의 타깃 설정 등은 시장 판단과 다소 차이가 있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급등한 집값, N포 세대와 벼락거지 불러왔다”
원 장관은 “요즘 집값 때문에 말도 많고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고 운을 뗀 뒤 지난 정권에서는 집값 폭등으로 벼락거지가 양산되면서 정권 교체의 원인이 됐고, 최근에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실종되자 집을 무리하게 구매했던 사람들이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 대비 집값 수준을 보여주는 PIR에 대한 설명을 통해 “PIR이 지난 정부 초기에 10~12 수준에서 현재 18 정도라며, 이는 지나치게 높고 지속가능하지 않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얘기하고, 현재 집값이 너무 높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며 “특정한 가격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PIR이 갑자기 18로 높아지면서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가 나오고, ‘벼락거지’가 등장했다”며 “젊은 세대에 PIR 18을 남겨선 안 되고, 이는 자신의 소신이자 철학이고 국토부 장관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거래절벽과 이로 인해 추락하는 가격은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제활동에서 탈락하거나 단기간의 큰 부채 부담에 따른 경제 상태 변동으로 국내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꾸준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한편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은 일정 정도 완화해야 한다”며 “이런 지원책은 국민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격 하락 자체를 막거나 투자 목적으로 가격 상승에 가담한 부분까지 구제하는 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집값 아직 폭락 아니다” VS “집값 폭락세 시작됐다”
원 장관은 이 과정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집값 움직임에 대해 “급락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집값의 적정한 하향 안정화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의 돈을 회수하고 있고, 그 결과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집값이) 수직으로 떨어질지 미끄럼틀을 타듯 완만하게 서서히 내려올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정부의 목적은 절벽처럼 추락하는 가격은 바라지 않고, 점진적인 가격 하향과 적절한 균형점에서의 안정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할 정도로 집값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관련 지표가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가격 지표인 주택매매가지수의 경우 지난달에 전국적으로 0.49% 떨어졌다. 월간 단위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0.55%)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아파트 실거래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8월 1.88% 떨어지면서 누적 하락률이 -5.1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종전 최대 기록인 2010년(-1.71%)은 물론 2006년 실거래가지수 조사 이래 연간 최대 하락률 기록(2008년, -4.01%)마저 넘어선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부동산 정보를 접하고, 반응하면서 주식시장처럼 부동산시장도 바뀌었다”며 “정부가 1,2개월 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책을 내놓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영끌 세대를 위한 타깃 정책” VS “정확한 시장 파악 후 대책 수립”

원 장관은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책은 마련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대책의 타깃으로 집을 사 놓고 기존의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가고, 이로 인해 경매를 당하는 실수요자와 집값 급등에 따라 ‘패닉 바잉’에 나섰던 ‘영끌 세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신 갭 투자처럼 투자를 목적으로 했던 사람들은 배제할 뜻도 내비쳤다.

이는 현재 정부 정책에서 이미 강조돼온 지점이다. 하지만 ‘영끌 세대’와 ‘갭 투자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주택이 거주 대상이자 투자 상품의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영끌에 나섰던 2030세대가 갭투자에 나선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심상정 의원(정의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주택자금조달계획서 161만1204건을 분석한 결과, 개인 주택구매자 중 연령미상을 제외한 150만6085명 중 30대가 43만9704명(29.2%)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20대가 12만9854명(8.6%)이었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으로 3억 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 영끌으로 분류할 만한 20대는 1만6025명으로 전체 20대 주택구매자의 12.3%, 30대는 8만8108명으로 20%였다. 그런데 30대는 실거주용으로 집을 구입한 경우가 71.6%나 됐지만 20대는 절반을 조금 넘는 5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임대 목적이었다.

자금 조달방식을 보면, 30대는 주택담보대출이 23.1%로 가장 높고, 본인 소유 부동산 처분대금(21%), 세입자의 임대보증금(갭투자)(17.1%), 금융기관 예금(14.3%) 순이었다. 20대는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활용을 통한 갭투자가 27.9%로 가장 많았고, 주택담보대출(22.3%), 금융기관예금(13.4%)으로 뒤를 이었다. 자기자금을 전혀 투입하지 않고 집을 구매한 비중도 12.3%에 달했다. 이는 전체 평균(5.6%)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수도권 지역 대학교의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2030세대만을 겨냥하기 보다는 시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수요자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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