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채소 사진 찍어 카톡 홍보… 전통시장 찾아온 손님 늘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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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성장 ‘넷 포지티브’]
3부 공정한 혁신 성장의 길〈4〉디지털로 활로 찾는 전통시장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영시장에서 한과, 견과류 가게를 운영하는 손미경 씨가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받은 뒤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영시장에서 한과, 견과류 가게를 운영하는 손미경 씨가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받은 뒤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황토에서 뽑은 맛있는 알타리무(총각무)가 들어왔어요. 얼른 오세용.”

6일 오후 1시 14분. 총각무 1단을 4000원에 판매한다는 안내 문구와 사진이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됐다. 애호박, 오이, 생강, 우엉 등 판매대에 진열된 싱싱한 채소 사진도 담겨 있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신영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곽경신 씨(64)가 전송한 메시지다. 곽 씨는 2000년부터 가게를 운영해 왔지만 아침마다 그날 들여온 채소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홍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일부터다.
○ 카톡으로 단골 관리…디지털 옷 입는 전통시장
곽 씨는 카카오톡에서 사업자 전용 채널을 열었다.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쉽게 구독할 수 있도록 바로 연결되는 QR코드 안내판도 가게 앞에 설치했다. 가격 안내판과 채소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면 채널을 구독한 손님들에게 동시에 메시지가 전달된다. 손님들은 시장을 나오지 않고도 채소 상태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고, 궁금한 점은 카카오톡으로 곽 씨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다.

“고순이(고구마줄기) 상태가 매우 좋아서 카카오톡 채널로 사진을 찍어 보냈어요. 한 손님이 카톡 메시지로 이것저것 물어보시다가 직접 가게에 오셔서 일곱 단을 한번에 사 간 적도 있어요.”

곽 씨가 운영하는 채소 가게의 카카오톡 채널 구독자 수는 107명. 아직 구독자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곽 씨는 고객들과 소통하는 활동이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5일 신영시장에서 만난 곽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채소를 사러 오는 손님들이 하루에 몇 명씩은 꼭 있다”며 “22년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영시장에는 곽 씨처럼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가게가 62곳 있다. 110개 가게 중 절반 이상이다. 가게마다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 주고 QR코드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은 모두 카카오에서 지원했다.
○ 혁신에 소외된 전통시장, 혁신 도움 받는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퀵커머스’가 일상이 된 유통 환경에서 전통시장은 소외돼 왔다. 전통시장 입장에선 대형마트 확산으로 1차 타격을 입었고, 온라인 커머스로 2차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에겐 편리한 기술 혁신이 전통시장에는 위기로 작용한 것이다.

신영시장에선 디지털 혁신이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독특한 상품, 재미있는 체험을 선호하는 세대가 소비의 주도권을 쥐게 된 상황. 디지털 혁신에 힘입어 전통시장의 독특한 제품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면 새로운 판매 활로 개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변화 의지를 가진 전통시장을 물색하다가 신영시장과 손잡았다. 신영시장 상인회가 자체적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젊은층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점 등을 눈여겨봤다. 먹거리 당일배송 서비스나 라이브커머스까지, 신영시장은 유통혁신을 적극적으로 좇아 왔다.

카카오는 신영시장에 올해 8월 1일부터 8주간 임시 공간을 설치해 디지털 튜터라 불리는 직원들이 머물도록 했다. 상인들이 원하면 언제든 가게로 찾아가기 위해서다. 디지털 튜터들이 직접 상인을 만나 카카오톡 채널 개설, 메시지 전송 방법 등을 알려줬다. 손님들이 가게의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할인쿠폰 발급 비용도 지원했다.

김동용 신영시장 상인회장(62)은 “카카오톡은 80대 어르신도 쓰는 가장 보편적인 디지털 서비스인 만큼 전통시장에서도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다”며 “현수막, 전단보다 ‘카톡 홍보’에 익숙해지는 손님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영시장에선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해 비대면 판매를 시작한 상인도 있다. 2015년부터 한과와 견과류를 판매하고 있는 손미경 씨(59)는 카카오톡으로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아 택배로 배송해 준다. 손님들이 새로 나온 한과를 궁금해 하면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별도의 웹 페이지를 개설하거나 플랫폼에 입점하지 않고도 카카오톡만으로 손님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손 씨는 “매일 쓰는 카카오톡으로 손님들과 바로바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품을 팔 수 있어 크게 신경 쓸 것도 없고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신영시장 외에도 앞으로 10개 전통시장을 추가로 선정해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모두를 위한 성장 ‘넷 포지티브’#전통시장#카톡#신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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