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내부 보고서
전력소비를 현재보다 10% 줄이면 올 상반기(1∼6월) 무역적자를 모두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국내 전력 사용 효율이 주요국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동아일보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한국전력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소비를 올해 상반기 사용량 기준 10% 감축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을 5만7811GWh(기가와트시) 줄일 수 있다. 이는 올해 연간 기준 LNG 810만 t에 해당하는 규모로, 금액으로는 연간 15조 원(MMBtu당 29달러 기준)에 달한다. 올해 에너지 수입 가격 급등으로 불어난 상반기 무역적자(약 14조8000억 원)보다 많다.
정부는 올해 최악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력소비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252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89억 달러(24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무역적자(251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반도체, 자동차 수출 등으로 번 돈을 에너지 수입으로 모두 깎아먹은 셈이다.
한전은 전력소비 절감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전력소비 원단위(GDP 1달러 생산에 소요되는 전력량)는 달러당 0.359kWh(킬로와트시)로 일본(0.234), 미국(0.219), 프랑스(0.219), 독일(0.168), 영국(0.108)보다 낮다. 전력소비 원단위는 수치가 클수록 전력 사용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을 놓고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확연해진다. 1990∼2020년 30년간 전력소비 원단위는 미국 33%, 독일 28%, 영국 39% 등 주요국에서 20∼30%대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한국은 이 기간 ―37%로 뒷걸음질 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요국들의 전력 사용 효율이 높아진 반면 한국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한전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전기요금을 전력 사용 효율을 낮추는 주범으로 보고 있다. 1990∼2020년 사이에 독일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187%, 산업용 전기요금을 159% 인상했다. 영국(주택용 161%, 산업용 181% 인상)이나 미국(68%, 40% 인상)도 마찬가지. 이에 비해 한국은 이 기간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을 각각 22%, 53% 올렸다. 한국의 에너지소비 원단위 순위는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38개국) 중 35위지만 전력소비량은 4위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이번 주에 발표할 올 4분기(10∼12월) 전기요금에 관심이 쏠린다. 에너지 값 급등으로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가 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전의 사채 발행액이 한도의 2배를 넘어서 돈줄마저 막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한전 적자를 일부 해소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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