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하게 나열된 취향, 클러터코어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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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희 @onsaeromy
남윤희 @onsaeromy
다다익선이 인테리어 키워드로 떠올랐다. 미니멀리즘이 장기 집권을 끝내고, 정반대의 ‘클러터코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미 틱톡에서는 #cluttercore라는 주제로 업로드된 여러 영상 중 인기 있는 것은 조회수 200만에서 300만을 넘나든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된 게시물이 2만8000여 개를 훌쩍 넘었다.

클러터코어(cluttercore)란 영어 클러터(clutter·잡동사니)와 코어(core·중심부, 핵심)를 조합한 말로 ‘공간을 잡동사니로 어수선하게 꾸미는 스타일’이라 정의할 수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나 액자,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책과 잡지, 서랍장에 촘촘히 들어선 장식용 오브제, 화려한 패턴의 벽지나 식탁보·러그·쿠션 같은 패브릭까지. 아이템 개수가 엄청나게 많거나 컬러와 패턴처럼 아이템을 구성하는 요소가 현란하게 많을 때 클러터코어라 부를 수 있다.

클러터코어는 그저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 집중하는 맥시멀리스트나, 심지어 쓰레기 같은 물건조차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는 호더와는 다르다. 자신만의 원칙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진열해 공간을 꾸민다는 점에서 클러터코어 예찬론자는 박물관 큐레이터와 같다.

클러터코어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SNS를 통해 인테리어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남윤희 씨는 방을 꾸미는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됐다고 말한다.

클러터코어 인테리어에 빠진 이들은 물건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소유욕이 강하며, 취미나 관심사가 다양하다. 물건마다 담겨 있는 이야기에 몰입해, 오래돼도 버리지 못하는 것 역시 특징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에게는 가득 찬 소품이 무작정 쌓은 게으름의 결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클러터코어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인테리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꼼꼼히 사 모아야 하고, 수많은 아이템이 통일성 있게 보이도록 잘 배치해야 한다.

또한 각 아이템이 연속성 있어 보이게 하려면 물건의 공통점을 잘 이해하고 연결해야 한다. 남윤희 씨는 “다양한 소품을 조화롭고 정돈된 모습으로 연출하고 싶다면 색상표에서 힌트를 얻으라”고 조언한다. 베이스가 될 컬러와 포인트가 될 컬러를 정해두고, 그 색상 범위 안에 있는 아이템을 모으는 것.

김은지 @dreaming_roomroom
김은지 @dreaming_roomroom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을 때는 공간감을 잘 이해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여러 개의 물건 중 납작한 것은 납작한 것끼리, 길쭉한 물건은 길쭉한 것끼리 모아두면 좀 더 정리된 느낌을 낼 수 있다. 좁은 공간이 한계처럼 여겨진다면, 높이를 달리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나만의 취향을 쌓아 올려 만드는 클러터코어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층위가 더 높아진다. 김은지 씨는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아날로그 취향이 지금의 공간을 구성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그가 직접 찍어 올리는 SNS 사진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공간과 꼭 닮았다. 김 씨의 인테리어 꿀팁은 벽면마다 테마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의 방을 예로 들면 한쪽 벽은 빈티지를 테마로 패턴이 있는 커튼이나 오래된 소품을 주로 배치하고, 한 면은 화이트 컬러를 배경으로 컬러풀한 아이템을 매치해 미드센추리 빈티지 느낌을 냈다. 또 다른 한 면은 식물을 주로 배치한 ‘식물 존’. 마지막 벽은 시원하게 비우는 방법으로 숨통을 틔우는 대신, 빔프로젝트를 적절히 활용해 빔테리어의 무대로 삼았다. 매일 또는 시기별로 잘 어울리는 이미지나 영화를 띄우면 방의 분위기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

최은초롱 기자 chorong@donga.com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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