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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DBR]적당히 쓰고 적당히 놀아야 즐겁다… 행복은 넘치는 돈보다 ‘여가’에

입력 2022-06-29 03:00업데이트 2022-06-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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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英 러프버러대 연구진, 여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 연구
‘소비-행복 비례’ 경제이론과 달리 여가시간 늘자 자연스레 소비 줄여
“질적 여가 만족이 소비 효용 대체”
라틴어인 ‘오티움’은 여가 또는 휴식을 뜻하는 단어로 2020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문요한 작가가 쓴 ‘오티움’이란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오티움을 가지면 능동적 여가 활동을 통해 삶에 활기를 되찾고 어떤 고통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봤던 능동적 여가를 경제학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까? 포스텍(포항공대), 영국 러프버러대 공동 연구진은 개인의 행복에 있어 기존 연구가 주로 초점을 맞췄던 소비와 더불어 여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했다.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효용을 통해 측정하며, 효용은 소비를 통해 얻는 개인의 만족을 숫자에 대응시킨 행복의 크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를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 팬데믹, 경제 불황, 질병 등으로 갑작스러운 실업 상황에 놓여 소비의 근간이 되는 소득이 끊길 수도 있다. 소비에만 주목하는 기존 연구는 실업 또는 은퇴 이후 질적인 여가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포스텍, 러프버러대 연구진에 따르면 은퇴 이전에 적정 소비를 통해 충분한 자산을 확보하고 은퇴 이후에는 소비를 줄여 능동적인 여가를 누려야 개인의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소득의 변동성에 비해 소비는 평탄성을 갖는다고 본다. 즉, 생애주기에 따라 소득은 계속 변화하지만 소비 수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은퇴 이후 소비를 크게 줄인다는 사실이 실증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선 소비를 최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통 경제학 이론으로는 은퇴 이후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처럼 은퇴 이후의 능동적 여가를 행복의 또 다른 목표로 삼는다면 은퇴 이후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은퇴 이후 사람들이 소비를 줄여 확보한 자산을 활용해 질적인 여가를 누릴 수 있기에 소비에 대한 개인의 효용이 여가에 대한 효용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적정 소비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일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면 ‘Lagom ar Bast’라는 스웨덴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Lagom(라곰)은 ‘딱 알맞은 양’ 또는 ‘모든 것을 적당히’라는 뜻이다.

최근 영끌 투자, 빚투 현상을 두고 경제학에서는 자신의 생각 없이 남들이 하는 행태를 무작정 따라 하는 ‘레밍효과(Lemming Effect)’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질 만능주의와 소비 지향적인 삶은 결코 궁극적인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행복은 ‘무조건 많이’가 아니라 ‘모든 것을 적당히’하는 ‘라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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