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탓에 데이트 비용도 부담”…거리두기 해제에도 다시 ‘집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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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베트남 여행을 떠나려던 직장인 유모 씨(25)는 최근 폭등한 비행기 티켓값에 국내여행으로 마음을 돌렸다. 3년 전 21만 원(직항)이었던 베트남 하노이행 티켓이 현재 70만~80만 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그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비에 높아진 유류할증료까지 생각하면 2년 넘게 꿈꾸던 해외여행이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해외여행과 외출 수요가 폭발했지만 급등한 물가 탓에 ‘다시 집콕’을 택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높아진 물가가 국내 소비 심리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4인 가족 해외여행 PCR 검사만 100만원 육박
국내 입·출국 시 필수인 PCR 검사비용은 최근 빗장이 풀린 해외여행의 복병이 됐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김의진 씨(42)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동남아 여행을 가려다 결국 부모님만 보내드리기로 했다. 김 씨는 “티켓값에 숙박비 지출도 큰데다 PCR 검사비용만 100만 원에 육박해 포기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여행 국가나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여행객이 출국 전과 입국 후에 PCR 검사(각 12만 원)를 받아야 한다. 4명이 떠날 경우 100만 원은 거뜬히 드는 셈이다.

주말 데이트 비용도 10만 원을 거뜬하게 넘기게 됐다. 영화 보고(3만9000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4만~5만 원대)한 뒤 디저트(1만5000원)를 즐기는 데 ‘10만 원’은 족히 든다. 주말 영화관람료는 현재 1만4000~1만5000원. 극장들이 매출 급감을 이유로 2020년부터 관람료를 2~3차례 인상해서다. 직장인 안효진 씨(28)는 “당분간 극장보다 ‘방구석 영화관’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급등한 여가비, 내수 회복에 걸림돌
경기 회복을 위해 소비심리 반등이 시급하지만 높아진 물가는 내수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6.6% 올라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데이트 단골 메뉴인 스파게티(5.5%), 커피(4.5%), 김밥(9%), 치킨(8%) 등 39개 외식 품목이 전부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랫 만의 여가활동이어도 높아진 비용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한다”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외출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1~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평균 103.6으로 지난해 4분기(106)보다 소폭 하락했다.

여행업계는 여행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방역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검사비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급등한 항공권 가격과 각종 검사절차가 업황 회복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증상이 있거나 위험지역에서 입국하는 승객에 한해서만 PCR 검사를 하거나 신속항원검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취항 중인 59개국 중 39개국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입국 시 PCR 검사를 면제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오프닝(경재재개)이 되면 소비심리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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