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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새벽마다 깬다” 잠 못 드는 서학개미…보유 주식 12조 원 증발

입력 2022-01-26 20:45업데이트 2022-01-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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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지난해 말 받은 성과급 1000만 원을 미국 주식에 ‘몰빵’한 직장인 서모 씨(40)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뉴욕 증시가 연일 널뛰기를 하는 탓에 밤을 새워 스마트폰 시세창을 들여다보는 날이 많다.

서 씨는 “나스닥지수가 오르는 걸 보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폭락한 걸 확인하면 하루가 우울하다”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뛰어들었는데 꼭짓점인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한 달도 안 돼 25%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새해 들어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장을 연출하면서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른 가운데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외 주식은 올 들어서만 12조 원이 사라졌다.
● 서학개미 보유 주식 12조 원 증발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4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710억3101만 달러(약 85조 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계속된 서학개미의 투자 열풍에 이달 3일 사상 최대치(809억1287만 달러)를 찍었다가 불과 3주 새 12%(약 99억 달러)가 급감한 것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1조8300억 원이 사라졌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미국 주식이 올 들어서만 95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나스닥을 포함해 미국 주요 지수가 고꾸라지자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발을 뺀 데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5일에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2.28% 급락한 1만3539.2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중 5% 가까이 빠졌다가 극적으로 반등했던 드라마는 없었다. 올 들어 25일까지 나스닥지수 하락 폭은 14.49%에 이른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지난해 말 천슬라(주가 1000달러)를 넘어섰지만 현재 918달러까지 밀렸다. 올 들어서만 13% 넘게 빠진 것이다. 이어 애플(―10.02%), 반도체기업 엔비디아(―24.55%) 마이크로소프트(―14.22%) 알파벳(―12.37) 등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들은 일제히 두 자릿수의 손실을 내고 있다.

이날 서학개미들이 많이 모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는 “주가 걱정에 새벽마다 잠이 깬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다”, “하루 변동 폭이 너무 커 밤새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 반등에 ‘베팅’하지만 35% 손실
일부 투자자는 미국 증시가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지수 상승률의 3배를 좇는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하고 있지만 손실은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QQQ’ 상장지수펀드(ETF)의 올해 순매수액은 4억 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올 들어 이 ETF는 35.97% 급락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사는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지적했다.

미국발 긴축 공포는 국내 증시도 연일 짓누르고 있다. 26일 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는 결국 전날보다 0.41% 하락한 2,709.24에 마감했다. 코피스는 나흘 연속 하락해 153포인트 이상 빠졌다.

연준의 긴축 시계를 판가름할 25,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FOMC가 끝나면 단기 조정 국면이 마무리되겠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워낙 강한 데다 코로나19 상황도 불확실하다”며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추가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로 고통스럽더라도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혁신성장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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