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항공기 5G 사용 괜찮은 걸까 [떴다떴다 변비행]

입력 2022-01-25 14:19업데이트 2022-01-25 14:2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연초부터 미국 항공업계와 통신업계가 (이동통신) 5G 서비스 개시를 둘러싸고 한바탕 붙었습니다. 미국 항공업계에서 5G 서비스가 항공기 안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겁니다. 통신사들은 5G가 항공기 안전에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는데요. 항공사들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면서 5G로 인한 항공기 감항(비행 안정성)이 해결될 때까지 공항 근처에서의 5G 서비스 운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도대체 5G를 둘러싸고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한국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5G가 RA(전파고도계)를 방해한다?


먼저 용어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RA라는 용어인데요. Radio Altimeter의 약자로 ‘전파고도계’라 불립니다. RA는 쉽게 말해 항공기가 쏘는 전파로 지상의 지형지물로부터의 높이를 알려주는 장비입니다. RA는 항공기가 지상으로부터 2500ft (약 760m) 상공에서부터 고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항공기에서 발사된 전파가 지상 지형지물로부터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항공기와 지상과의 고도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착륙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에서 고도를 알려주기도 하고 지형지물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장비입니다. 이를 통해 자동 착륙을 하는 데 사용되며, 특히 악천후 등으로 날씨가 좋지 않은 저시정 상황에서 RA는 필수장비입니다. 만일 RA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죠 .

그런데 RA는 일종의 전파이기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대가 있습니다. 4.2~4.4㎓z(기가헤르츠)입니다. 이는 전 세계 항공기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대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RA 주파주 대역대와 올해부터 운영되는 5G 주파수 대역대가 동일 대역으로 겹칠 수 있어 RA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RA가 5G에 의해 방해를 받아서 항공기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주장이죠.
● 통신사 “문제 될 것 없다” VS 항공업계 “100% 안전한건 없다”



통신업계는 항공업계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5G 주파수 대역대와 RA 주파수 대역대가 엄연히 다르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5G의 대역대는 모두 다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5G 대역대는 흔히 C밴드라 불리는 3.7~3.98㎓z 대역대를 사용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RA 주파주 대역대 (4.2~4.4㎓z)와 차이가 납니다. 동일 주파수 대역대가 아니기에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통신사들의 주장이죠.

그런데 항공사들은 대역대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파주에 음성이나 데이터 정보 등이 담겨져 송출될 경우에는 5G가 RA를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주파수라는 것이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변수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5G와 RA 주파수 대역이 얼마든지 겹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터키항공이 착륙을 하기 직전 RA가 오작동을 일으켜서 활주로에 추락을 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고도가 1950ft에서 갑자기 마이너스로 오작동을 일으켰고, 당황한 기장과 부기장이 속도를 정상 범위 이하로 줄여버리면서 항공기가 추락을 한 겁니다. 터키항공 사고는 레이더 고도계 오작동으로 인한 대표적인 사고로 꼽히죠.

항공업계는 사실 2018년부터 5G로 인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캐나다는 미국보다 더욱 RA 주파수 대역대에 가까운 3.7~4.1㎓z 5G를 쓰고 있습니다. 이에 캐나다는 공항 주변에서 5G 주파수 대역 사용에 대한 제한과 함께 항공 안전을 보호하는 다양한 조치를 마련해 둔 상태입니다.

통신사들도 할 말은 많습니다. 여태껏 이동통신 주파수 교란으로 인한 사고가 전혀 없었고, 오랜 기간 실증과 검증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가 됐다는 겁니다. 항공업계가 이제 와서 안전을 주장하는 건 일종의 트집이라고 보는 겁니다. 5G 주파수 할당을 받기 위해 수십조 원을 들였는데 서비스 개시를 연기 또는 제한해달라고 하니 통신사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겁니다.

여전히 5G를 둘러싼 미국 항공업계와 통신업계와의 다툼은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통신사들이 한 발짝 물러나서 공항 주변의 5G 사용 연기와 함께 안전 모니터링 등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항공 당국도 5G 사용에 대해서 제한을 해야 하는 50개 공항을 정해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들과 미국 항공 당국은 국내 항공사들도 운용하고 있는 기종인 A320, A330, B777, B748i 등이 5G로 인한 RA 간섭의 우려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만, 최근에는 공항 인근 5G 서비스 연기 및 제작사들의 대체 수행방법(AMOC, Alternative Method of Compliance) 신청 등을 통해 보잉과 에어버스가 제작한 항공기의 약 80%에 대한 비행 허가를 한 상태입니다. 5G 논쟁이 한창일 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5G 문제로 인해 공항 접근이 제한된 항공기를 안전이 확보된 항공기로 대체 운행하기도 했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내부 공지를 통해 5G 간섭으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응절차 및 주의사항을 승무원들에게 공지한 상태입니다.
● 한국의 5G는 괜찮을까?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 5G 주파수 대역은 3.4~3.7㎓z로 미국의 5G 주파주 대역보다 RA 주파수대역대로부터 더 분리되어 있습니다. RA를 방해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인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5G 이동통신 주파수는 3.42~3.7㎓ 대역으로 전파고도계 주파수(4.2~4.4㎓ 대역)와 상당히 이격(500㎒ 이상) 되어 있다”며 “2019년 서비스 개통 이후 5G 간섭으로 인한 문제가 보고 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100% 안전하다고도 볼 수 없다는 게 국내 항공업계 이야깁니다. 사고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다 보니 5G 안전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는 ‘중간 범위의 5G 주파수 대역대(3.4~4.2㎓, 한국이 사용하고 있는 대역대가 포함돼 있음)’가 항공기 운항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 국내 대형 항공사 기장은 “한국은 주파수 실험데이터가 없다. 5G로 인한 문제가 없다기보다는 현재까진 알 수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며 “주파수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변조가 되고, 또한 출력 크기별로 실험을 달리 해볼 필요도 있는 것이어서 5G사용과 항공기 안전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기내 전자기기 사용은 괜찮은 걸까?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기내에서 5G를 사용하면 문제가 될까? 라고 말이죠. 기내에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사용해도 되느냐는 질문과도 연결이 되는데요. 비행 중에 전자기기 사용은 제한이 돼 있는 것이 맞습니다. ‘비행모드’ ‘에어플레인 모드’로 해 놓는 것은 일종의 매너이자 항공안전을 위한 기초 행동이죠. 2500ft 상공부터 RA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 휴대전와 비행모드를 해제하면 5G가 휴대전화에 잡힐 수도 있습니다. 5G와 RA가 혼선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5G와 항공기 안전 사이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3G와 LTE, 기내 와이파이 등은 RA와 크게 겹치지 않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공 사고라는 것이 어떤 연유로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항공 사고 확률이 매우 낮지만, 사고 발생시 큰 인명피해를 줄 수 있으니 비행 이착륙 시엔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거나 비행 모드로 바꿔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경제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