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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1+1이 2가 아닐 수도…왜?③[떴다떴다 변비행]

입력 2021-12-25 16:00업데이트 2021-12-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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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번의 연재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와 해외 경쟁 당국이 통합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해외승인 ‘감감무소식’…왜?①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07/110661410/1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해외에선 어떻게 바라볼까?②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11/110735172/1

이번 세 번째 시간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경우 이에 따른 우려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에게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경쟁 당국이 아무 조건 없이 통합 승인을 내주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거 해외 경쟁 당국들이 항공사 통합 승인을 해주면서 △운수권과 슬롯, 게이트 반환 △노선 운항 감축 △항공사들과의 협력 관계 해제 등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면 결합 승인을 해주겠다는 이른바 ‘조건부 승인’을 내준 전례에 비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 “1+1=2 가 아닐 수도”
앞서 시리즈에서 살펴본 대로 해외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요구했을 때가 문제입니다. 대한항공이 이를 수용해 기업 결합 승인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대에 운항을 할 수 있는 권리)이나 운수권, 공항 게이트 반납, 노선 운영 횟수 감축, 항공사끼리의 협정 및 동맹 탈퇴 등의 제한을 받는 다는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을 내주는 것과 같습니다. 국가로 치면 국부 유출인 셈이죠. 항공사들로서는 사업 범위와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한 예로 김포~하네다와 인천~몽골 노선 등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입니다. 바르셀로나, 파리, 런던, 로마, 시카고, LA 노선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인해 노선 점유율이 50%가 넘게 되는 노선이 30여개가 넘습니다.

크게보기2021년 10월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동아일보DB


업계에서는 이런 알짜 노선을 다른 항공사들에게 나눠주거나 운수권을 내놓는 조건으로 통합이 승인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합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들에게 통합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통합에 대한 입장과 우려되는 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인해 진출하기 어려웠던 노선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은 건데요. 이들 항공사들은 통합으로 다른 항공사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경쟁 제한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슬롯이나 운수권, 공항 인프라 등을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진에어 등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에 따른 독점 및 과점 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제는 이럴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효과가 기대한 것 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1+1이 2 또는 그 이상이 돼야 하는데, 1+1이 1.5가 돼버릴 수도 있는 겁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 발표 이후 산업은행과 향후 경영 계획을 담은 ‘PMI 계획’을 맺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5000억 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약속도 했고요. ‘인위적’이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노선 운항이 대폭 줄어들 경우엔 기존 인력을 재배치 또는 조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사업 범위가 줄었는데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기업에게 큰 부담입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일 텐데요. 자연 퇴사자를 기다리거나 기존 계약직(촉탁) 근로자들과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거나, 신규 채용을 최대한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인력 조정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또한 비행 횟수 및 시간에 따라 수당을 받는 운항 및 객실 승무원들의 경우 근무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자칫 통합이 신규 채용 및 고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양대 노조의 ‘제 3자 지위 획득 가능성’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부 노동조합은 일자리 및 고용, 근무 환경 등에 영향을 주는 통합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양사 노조가 통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없습니다만, 많은 걸 내주면서까지 통합을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노조가 기업 결합 과정에 있어서 ‘제 3자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도 점쳐 집니다.



제 3자 지위란 기업 통합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이 통합 논의에 있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지위를 얻는 겁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에서도 양사 노동조합은 제3자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조선업계 노조 관계자는 “심사 및 결합이 근로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주는 데 사측과 경쟁당국이 불투명하게 결합을 주진할 경우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결합에 무조건 반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투명하게 반영된 통합을 해나갈 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한항공 노조 내부에서는 제3자 지위 획득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정 된 것이 없다”는 한국 공정위
그렇다면 한국 공정위의 입장은 어떨까요? 공정위는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결정 된 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연내에 결합에 대한 판단을 내리겠다고는 한 상태이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심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보고, 결합 승인에 대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공정위의 위상과도 연결이 됩니다. 만약 우리 공정위가 해외 경쟁 당국보다 앞서서 통합 승인을 내줬는데, 해외 경쟁 당국에서 “통합에 따른 소비자 효용 감소와 경쟁 감소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예상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럴 경우 한국 공정위의 국제적인 위상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외에서 우리 공정위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 공정위가 제대로된 판단을 한 것이 맞느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통합을 추진하는 KDB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공정위에 빠른 결합 심사를 촉구 하고 있습니다.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공정위는 서두를 필요도 이유도 없다. 괜히 먼저 나섰다가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여부 등에서 해외 경쟁 당국과 첨예하게 다른 판단을 내렸을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 판단 사례입니다. 우리 공정위는 3년 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의를 내년 1월 중순에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EU는 내년 1월 20일 쯤 심사 결과를 밝히겠다는 방침인데요. 한국 공정위는 EU와 일본 등의 판단 결과를 본 뒤에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분석입니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의 판단도 살펴야 하고,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계속 되는 결합 승인 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선업계 사례를 봤을 때 한국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해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보고 승인 심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대한민국 항공역사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와 업계,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슈입니다. 먼 훗날 통합 과정을 돌이켜 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정치적인 고려가 아닌 업계가 진정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 논의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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