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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공정위, ‘실트론 지분’ SK-최태원에 16억 과징금… 檢고발은 안해

입력 2021-12-23 03:00업데이트 2021-1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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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이 개인 인수 의향 밝히자… SK, 이사회도 안 열고 인수 접어
위반행위 중대하지는 않다”
SK “충분히 소명했는데… 유감”
과징금 불복-법적 대응 가능성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SK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행위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SK실트론(옛 LG실트론) 지분 일부 인수와 관련해 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지분 인수와 관련해 지배주주의 회사 사업 기회 유용으로 제재한 첫 사례다. 다만, 공정위는 위반 행위가 중대하지 않다며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22일 SK㈜가 SK실트론의 주식을 인수한 뒤 잔여 주식을 최 회장이 인수하게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SK와 최 회장에게 8억 원씩 모두 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다만 “위반행위의 정도가 중대하지 않고 최태원이 SK에 사업 기회 제공을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며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15일 직접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소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는 2017년 LG실트론 주식 70.6%를 인수한 뒤 나머지 29.4% 지분의 인수를 포기해 최 회장이 이를 취득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최 회장이 잔여 주식 인수 의사를 밝히자 SK 측이 인수를 포기하고 이사회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회장 개인의 거래인데도 임직원이 입찰과 계약 과정을 지원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번 사건은 경쟁당국이 기업 지배주주의 계열사 사업 기회 이용에 대해 제재한 첫 사례다. SK가 2016년 실트론의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1조1000억 원이던 기업 가치가 2020년 3조3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만큼 잔여 주식을 인수하는 게 회사에 이익이 되는데도 이를 포기했고, 최 회장의 주식 가치는 취득 당시와 비교해 1967억 원(2020년 말 기준)이 올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사가 지배주주에게 직접 사업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사업 기회를 포기하는 ‘소극적 방식’의 사업 기회 제공을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 측은 “이사회 개최가 필요하지 않다는 법률 검토 등을 거쳤고, SK㈜는 이미 실트론 경영권을 확보해 추가 지분 인수가 별다른 실익이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K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의결서를 받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대응에 나서겠다”며 차후 판결에 불복하고 법적 대응할 여지를 열어 놓았다. 공정위 전원회의 결정은 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SK가 과징금 결정에 대해 불복하고 항소를 진행한다면 고등법원에서 법리 다툼이 이어지게 된다.

재계에선 이번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경영권 취득과 관계없는 단순한 소수지분 취득까지 사업 기회로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가 최 회장에게 제공했다는 사업 기회가 구체적으로 얼마의 가치가 있었는지, 지분 인수 후에 사업이 어려워졌다면 그것도 사업 기회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인데 공정위 결론에선 그 부분이 빠졌다”라고 지적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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