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전셋값 오른만큼만 전세대출…잔금 치렀다면 신청 불가

신지환 기자 입력 2021-10-27 14:12수정 2021-10-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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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다음 달부터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들은 국내 모든 은행에서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잔금을 치른 뒤에는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없고 집을 한 채 가진 1주택자라면 반드시 은행 창구에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비자금융을 취급하는 국내 17개 은행들은 전세 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전셋값이 2억 원 올랐다면 2억 원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잔금일 이후 전세대출을 받는 것도 금지한다. 지금까지는 입주일이나 주민등록 전입일 중 빠른 날부터 3개월 이내라면 전세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본인이나 가족의 자금으로 전셋값을 치른 뒤 전세대출로 받은 자금을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매)나 주식 투자 등 다른 곳에 쓸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세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자금 용도를 더욱 면밀히 심사하기 위해 1주택자가 비대면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것도 막는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이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27일부터 이 방안을 전면 도입한다. 외국계와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도 이달 안에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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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예외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비대면 전세대출을 계속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1주택자 대상 비대면 전세대출을 중단한다. 토스뱅크는 아직 전세대출 상품이 없다.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에 고객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 News1
이 같은 움직임은 전세대출이 실수요가 아닌 자산 투자에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공급은 계속하되 무분별한 대출 증가를 막겠다는 것이다.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에도 전세대출은 앞당겨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전세대출도 DSR 산정에 포함시키는 등의 ’플랜B‘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 전세대출이 다시 포함된다. 이를 앞두고 올 연말 전세대출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더 깐깐하게 심사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14일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21조9789억 원으로 지난해 말(105조2127억 원)과 비교해 15.94% 늘어난 상태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 가까이(47%)를 전세대출 증가액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대출 자체를 막기보다 실수요가 아닌 전세대출을 최대한 걸러내자는 것”이라며 “전세대출이 현재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더라도 불필요한 전세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미리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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