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정보 요구에 정부 “기업자율” 강조…“적시대응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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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8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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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10.18/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10.18/뉴스1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정보 요구에 대해 ‘기업 자율’에 기초해 움직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미국 정부와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첫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미국의 정보 요구에) 기업 자율성과 정부 지원, 한미 협력 등에 바탕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 부총리가 기업 자율성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미국 정부가 요구한 정보가 기업 차원에서 매우 민감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달 23일 올해 세 번째 반도체 대책회의인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최근 3년간 매출·생산·재고·고객 등 주요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 미 상무부는 국내외 반도체 설계·제조·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관보를 게재했다.

설문 내용은 기업이 생산 가능한 반도체 유형부터 제품별 월 매출·재고는 물론 고객회사 등이 망라됐다. 기한은 다음 달 8일까지다.

이들 정보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업계에서는 사실상 회사 기밀에 해당한다. 게다가 조사 대상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기업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국익 차원에서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문제로 보고 대처하기로 했다.

미국 관보 게재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정부는 관계 장관들이 모인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별도의 장관급 협의체로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신설키로 했다. 이날은 그 첫 회의가 열린 날이다.

홍 부총리는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에 대한 주요 대응 방침으로 ‘기업 자율’을 거듭해서 천명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워싱턴D.C. 출장 중 지난 1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정보 제출 요청에 대해 “기업 자율성 존중, 정부가 지원해야 할 요소, 한미 간 파트너십 내지는 협력성 세 가지를 같이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직까지 미국의 자료 제출 요구는 겉으로는 ‘요청’의 형태를 띠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생산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정보를 자발적으로 내어주기를 바란다는 취지다.

하지만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정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의 압박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런 압박에 따른 개별 기업 대응을 일일이 강제할 수는 없다. 정보 제출이 가능한지, 또 가능하다면 어디까지가 전달 가능한지도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미경제연구소(KEI) 등 조야에서는 미국이 우리 기업의 정보 제출 거절을 이유로 관세 부과를 비롯한 대대적 조치에 나서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향후 미 공공 조달에는 참여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이 예상되므로, 기업 내부 전략과 계획에 따라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기업 의지를 최대한 존중하되,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미 정부와 계속 대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최근 미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전 세계적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가시화하면서 자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보를 전방위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같은 시류를 거스르기 힘든 정부로서는 기업이 어떤 대응을 택한다 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중재·대화 노력에 집중하기로 한 결과로 풀이된다.

예컨대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정보 제공 요청에 대한 우리 기업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 문제의 경우,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든 양국 간 공급망 협력채널을 포함해 별도 통로에서 협력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6일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우리 측 우려를 전했다. 외교부 역시 다음 날 미국에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직후 논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향후 주요국과 관련 업계 동향을 기업에 공유해 적시성 있는 대응을 지원하겠다”면서 “정보 제출 기한 이후에도 긴밀한 소통으로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기업의 우려 사항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측에 이미 전달했다”며 “앞으로도 적극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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