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에도 서울 아파트값 ‘고공행진’ 왜?

  • 뉴시스
  • 입력 2021년 9월 3일 0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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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가능한 매물 자체가 없어요.”

지난 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는 있는데, 집값이 급등하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호가가 하루게 다르게 치솟고, 대출마저 막히면서 매매 대기자들 가운데 매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등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인해 매물잠김 현상이 심해지고, 집값도 단기가 급등하면서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감소하면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집값이 되레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사상 처음으로 11억원을 돌파하는 등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 거래량이 1년 전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서울 주택 거래량이 1만10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6662건)보다 58.7%나 감소했다. 불과 1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서울의 거래절벽 현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862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난 1월(5796)에 비해서는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올해 들어 매매량이 감소세다. ▲1월 5796건 ▲2월 3874건 ▲3월 3788건 ▲4월 3666건 ▲5월 4797건 ▲6월 3936건 ▲7월 4469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거래 절벽 현상이 심해지는데도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집주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매도자(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대책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시세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면서 신고가 경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 5월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4월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주택시장에선 수급불균형이 심해지면서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 시점인 지난 6월1일을 전후로 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실제 공급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 확대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잇단 규제 영향으로 아파트값 급등 따른 피로도가 누적됐고, 최근에는 농협을 비롯한 금융권의 대출 제한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하반기에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 장기화하면서 집값이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의 장기화가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매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재건축이나 중저가 단지에 집중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로 보유 주택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증여나 버티기로 선회하면서 기존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졌다”며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도 실제 체감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등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집값 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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