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라도 사자”…‘강남불패’ 빌라로 번지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3일 0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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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급등·전세난에 주택 수요 빌라로 선회
공공주도 정비사업 빠진 강남에 주택 수요 집중

“빌라를 매매하겠다는 문의가 늘었지만, 매물이 부족해서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어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 아파트 전세 재계약과 빌라 매입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대표는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호가가 올해 초보다 20~30%가량 오른 것 같다”며 “집값이 급등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빌라로 몰렸고,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뛰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매물 잠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빌라로 눈을 돌린 주택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 지역 빌라촌이 공공주도의 정비사업 대상에서 빠지면서 향후 재개발이 노린 투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호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흔히 강남 지역 아파트값 상승을 빗댄 ‘강남 불패’가 빌라로 번진 양상이다.

서울의 빌라 매매 거래량이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6441건으로 전월 5522건보다 919건(16.6%)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 8613건 이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4194건으로, 전월(4495건) 대비 301건(6.7%) 감소했다. 올 1월(32.2%)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월간 기준 2~3배 많지만 올해는 4개월 연속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앞서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총 3217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450건)보다 2.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후 2월에는 4422건으로 아파트(3854건)보다 14.7% 많아졌고, 3월은 5056건으로 아파트(3730건)보다 35.5% 많아졌다.

특히 강남 지역 빌라 거래량 증가율이 서울 전체 거래량 증가율을 앞섰다. 정부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 복합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난 2월 강남구 빌라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9.35% 늘었다. 반면, 서울 전체 빌라 거래량은 같은 기간 대비 10.5% 줄었다. 이후 3월과 4월 강남 빌라 거래량은 각각 82%, 65% 늘었으나, 서울 전체 거래량은 35%, 27% 증가했다.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몰리며 빌라 매맷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KB 리브부동산 4월 월간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맷값은 지난해 8월 3억113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지난해 11월 3억1343만원, 올해 1월 3억2207만원, 4월 3억2648만원으로 매달 상승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선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매맷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삼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매수를 포기한 실수요자들이 신축 빌라로 눈을 돌리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며 “강남 지역은 공공 정비사업 진행 가능성이 낮고, 아파트보다 대출 등 규제가 덜해 투자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값 상승세가 여전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수요가 빌라로 몰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규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당선 이후 커진 재건축 기대감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제와 대출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으로 아파트 대신 빌라로 눈을 돌리는 주택 수요가 늘면서 당분간 빌라 매맷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실소유자들이 빌라로 돌아서면서 빌라의 매매·전월세 거래가 늘고 있다”며 “공공주도의 정비사업 대상지에서 빠진 강남권 빌라에 주택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최근에는 빌라 전셋값까지 오르자 아예 사버리자로 돌아선 주택 수요도 적지 않다”며 “부동산 침체기에 빌라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낮아 거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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