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올리면 손님 줄고, 놔두면 적자”…원재료값 인상에 ‘진퇴양난’

황태호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05-09 21:27수정 2021-05-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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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맥도날드 매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1. 서울 관악구의 한 고깃집 사장 박모 씨는 최근 주요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그는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되지만 마진은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 마포구의 분식집은 김밥 한 줄을 2500원, 떡볶이 1인분을 4500원에 팔고 있다. 40대 점주 김모 씨는 코로나19 이전에 팔던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원재료값 인상분을 음식값에 반영하자니 가뜩이나 줄어든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이고 그냥 두자니 당장 하루를 버티기가 힘들어서다.

● 원재료값 인상에 외식물가 직격탄
외식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농축산물 가격 급등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9.3% 올랐고, 같은 기간 축산물은 11.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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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평균 외식물가 상승률은 1.9%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물가 상승 폭이 더 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지역 기준으로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6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3월보다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김밥으로 한 줄당 평균 가격이 작년 3월 2446원에서 올 3월 2692원으로 10%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이 4.75%, 짜장면값은 4.51% 상승했다. 식재료값뿐 아니라 임차료와 배달을 위한 포장용기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3년째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모 씨(66)는 “직원 두 명의 인건비와 임차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내 월급을 챙기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고객 수를 예상하기 어렵게 된 점도 자영업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18년째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성규선 씨(55)는 “원재료값이 20% 이상 올랐다. 그래도 잘 팔리면 괜찮은데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 손님 수가 갑자기 줄면 기껏 준비해 둔 비싼 재료를 버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했다. 한 자영업자는 “이런 상황에서 산지와 계약해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수급하는 대기업 밀키트와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양식당 점주는 “인터넷(온라인몰)이고 마트고 시장이고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며 10원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하는데 물가가 올라서 너무 힘들다”고 했다.

● 외식 횟수 줄이는 소비자
외식비가 급등하자 소비자들도 외식을 줄이거나 식사 패턴을 바꾸고 있다. 결혼 10년차인 회사원 서모 씨(43)는 이달 8일 어버이날에 집에서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했었다. 결혼한 뒤로 매년 어버이날이면 생선회를 좋아하는 부모님 입맛에 맞춰 단골 횟집에서 모듬회 코스를 사드렸었다. 하지만 이 횟집이 가격을 10% 가량 올려버린 것. 그는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올해 어버이날에는 처음으로 외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8년차 직장인 김모 씨(33)는 일주일에 서너 번 했던 외식을 최근부터 밀키트로 대체했다. 외식을 하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어도 2명이 최소 3만 원 가량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밀키트에는 식재료가 한꺼번에 들어 있어서 간편할 뿐 아니라 재료를 하나하나 사먹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직원 2명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외식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어 폐업하면 종업원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런 현상이 도미노처럼 나타나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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