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 386곳중 절반이 방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6일 1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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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동아일보 DB.
오세훈 서울시장. 동아일보 DB.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뉴타운 정상화’이다. 이를 통해 18만 5000채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공약대로 서울시내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뉴타운은 오 시장이 민선 4,5기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공을 들였지면 고 박원순 시장이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중단시킨 사업이다. 오 시장에게는 ‘아픈 손가락’인 셈이다. 따라서 오 시장이 어떤 식으로 뉴타운 정상화를 이끌어갈지 기대와 관심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뉴타운과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지역 실태를 보여주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발행한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 안전관리방안’이다. 보고서에는 해제지역 386곳(2019년 말 기준)의 생생한 실태와 문제점, 대응 방안 등이 담겨 있다.

● 뉴타운 해제지역 절반은 방치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구별 해제지역은 성북구가 34곳으로 가장 많았고, 중랑(32곳) 종로(26곳) 동대문·강동(25곳) 강북(23곳) 서대문(23곳) 은평·영등포·관악구(21곳)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구에서는 1곳에 불과했고, 서초·중(3곳), 용산(4곳) 송파구(5곳) 등 인기 지역에서는 해제지역이 많지 않았다.

해제지역 386곳 가운데 절반인 193곳에서는 도시재생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다양한 대안적인 재생사업이나 정비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193곳은 대안적인 재생·정비사업이나 계획적 관리를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 방치돼 노후화와 피폐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방치된 지역이 많은 상위 3곳은 동대문-영등포-성북구였다. 동대문구는 25곳의 해제지역 중 3곳에 대해서만 대안사업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 22곳은 방치된 상태였다. 영등포구도 21곳 가운데 18곳이 별다른 관리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해제지역이 가장 많은 성북구의 경우 절반 넘는 18곳은 대안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나머지 16곳은 방치돼 있었다.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방치된 지역은 새로운 대안사업이나 대책이 마련되기까지 장기간 방치될 우려가 있다”며 “주관 부서를 지정하고, 최소한의 안전관리와 계획적 관리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지역 쇠퇴 징후 뚜렷
해제지역 386곳에 있는 건축물은 모두 11만 6818동이다. 서울시 전체 건축물의 12.4%에 해당한다. 이들 건축물은 지은 지 40년 이상 된 게 21.4%였고, 30년 이상은 절반에 가까운 47.4%나 됐다. 20년 이상은 무려 78%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 전체 20년 이상 된 건축물의 7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해제지역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저층 주거시설이었다. 3층 이하 건축물이 75.5%를 차지했고, 5층 미만 건축물은 86%나 됐다. 건물용도도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이 73.3%나 됐다. 반면 공동주택(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은 14.7%에 불과했다. 빈집도 454동이나 됐다.

해제지역은 폭 4m 미만 도로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았다. 4m 도로는 소방차의 긴급출동이나 구조·구급에 필요한 도로의 최소 폭이다. 따라서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4m 미만 도로가 50% 이상인 지역이 30곳이나 됐고, △40% 이상~50% 미만 33곳 △30% 이상~40% 미만 41곳 △20% 이상~30% 미만 71곳 △10% 이상~20% 미만 85곳이었다. 나머지 126곳은 모두 10% 미만이었다.

안전 관련 공공기관과의 접근성도 떨어졌다.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까지 최단거리가 500m 이상인 지역이 절반을 넘는 199곳(51.6%)이었고, 소방서나 119안전센터까지 거리가 500m 이상인 지역은 무려 280곳(72.5%)이나 됐다.

해제지역 거주자도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서울연구원이 거주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불안감을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응답자들은 “재난·사고 대응 곤란(2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범죄(22.7%) 붕괴(20.0%) 생활안전사고(11.3%) 화재(9.7%) 교통사고(9.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 거주자 고령화 심각한 수준
해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모두 43만 3053명(2018년 기준)이었다. 서울시 전체 인구(1004만 9607명)의 4.3%에 해당하는 수치다.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44.7세로, 서울시 전체 평균(41.6세)보다 높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만 6824명으로 해제지역 전체 거주인구의 17.7%를 차지했다. 서울시 전체 고령인구 비율(14.0%)보다 높은 것이다. 유소년(14세 이하) 인구 100명에 대한 고령 인구 비율인 ‘노령화 지수’는 214.5%로 서울 전체(138.3%)를 크게 웃돌았다.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유소년 인구는 3만5809명으로 해제지역 전체 인구의 8.3%였다. 서울 전체 평균(10.8%)에 밑돌았다. 1인 가구는 39.4%(7만 8089가구)로 서울 전체 1인 가구 비율(32.0%)보다 높았다.

● 지역별 맞춤형 관리 방안 마련해야
연구원은 해제지역 386곳의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안전관리형 △생활안전 중심형 △건축안전 중심형 △현상유지적 안전관리형 등 4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맞춤형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종합적 안전관리형은 95곳(24.6%)인데 생활안전 및 건축안전 관련 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시급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곳이다. 생활안전 중심형(79곳·20.5%)은 긴급출동 곤란, 범죄, 생활안전사고, 교통사고 등 생활안전 측면이 불리한 지역이다.

건축안전 중심형(96곳·24.9%)은 붕괴위험, 화재위험 등 건축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곳이다. 현장유지적 관리형(116곳·34.9%)은 생활안전과 건축안전 두 가지 측면 모두 다른 해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역이다.

서울연구원은 “해제지역들은 사업성 저하나 주민갈등 등의 문제로 뉴타운·재개발구역에서 해제돼 주민들의 협조와 노력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며 “시장원리에만 맡겨둘 경우 장기간 방치로 지역의 노후화와 피폐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 및 정비가가장 시급한 기반시설과 공공공간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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