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노선 효율배분 등 ‘통합효과’ 기대… 수요 회복 안되면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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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16일
 오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등이 논의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에 참석자들이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스1
16일 오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등이 논의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에 참석자들이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가 통합되면 일거에 세계 7위권 거대 항공사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거대 항공사 탄생, 통합 시너지 기대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16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어렵고 제3자 매각도 불투명하다”며 “코로나19 지속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존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것은 항공산업 위기 극복의 기회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년 말까지 양사에 약 4조8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아시아나항공을 두었다가는 대규모 출자전환 및 채무 탕감 등 채권단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와 채권단은 이번 통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수는 각각 164대, 79대로 총 243대에 이른다. 두 회사의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따지면 통합 항공사의 운송량은 글로벌 7위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문제라는 급한 불을 끄기만 하면 규모의 경제와 효율적인 노선 배분 등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 재도약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 이후 회복 지체되면 동반 부실 우려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코로나가 끝나도 여객 수요가 단기간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여객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최소 2, 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경제 상황 및 유가, 환율 등이 항공산업에 유리하게 조성되지 않으면 정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통합 항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지체돼 신용도 하락 및 각종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 오히려 국내 항공업계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두 회사는 지난 5년간 당기 순이익을 기록한 해가 거의 없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있는 두 회사가 단순히 통합을 한다고 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업계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한 항공사 임원은 “코로나 이전에도 힘들었던 두 회사가 인력과 항공기 대수, 노선 등을 지금 상태로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낼지는 의문”이라며 “강도 높은 물적·인적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확보 노력 없이는 성공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체제가 아닌 단일 독과점체제의 등장으로 자칫 경쟁 유인이 사라져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양사는 경쟁 속에서 노선과 인력, 마케팅 등을 발전시켜 왔다. 전직 아시아나항공 고위 임원은 “한 예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서비스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양사가 치열한 기내식 경쟁을 했기 때문”이라며 “무늬만 민영 항공사일 뿐 안일한 공기업 마인드가 스며들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아시아나 출범 32년 만에 통합


1988년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복수 민항 경쟁체제를 내걸고 출범했던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32년 만에 대한항공에 통합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도 견뎌낸 아시아나항공의 첫 위기는 2009년 12월 가시화됐다.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로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이듬해 1월 자율협약에 따른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속적인 국제선 여객 호황에 힘입어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마치고 정상화됐다.

두 번째 위기는 지난해 3월 불거졌다.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2018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으로 ‘한정’을 제시했던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핵심인 항공사업을 최대한 지키려 “3년만 기다려 달라”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읍소했지만, 한 달 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HDC현산이 ‘예상치 못한 추가 손실’을 이유로 매각을 포기해 협상이 결렬됐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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