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직장상사가 무례하면 직원들은 ‘지식 은폐’로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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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를 조직 대표 인물로 봐… 회사가 계약 어겼다고 간주
공정한 대우 안한다고 인식해… 힘 약한 동료-부하에 지식 숨겨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에서 직원들끼리 지식을 공유하는 일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동료와 공유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의도적으로 숨기기까지 한다. 직원들은 왜 이렇게 지식을 은폐하는 행동을 하는 걸까?

그 원인 중 하나로 상사의 잘못된 리더십을 지적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사의 무례한 언사나 행동이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가 가진 지식을 동료들에게 숨기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도 뉴델리의 국제경영연구소 연구진은 인도의 정보기술(IT) 기업 종사자 270명을 대상으로 상사의 리더십이 지식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상사의 지속적인 무례한 언사나 행동이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 지식을 은폐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더 나아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분석했다.

우선, 연구자들은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직원은 상사 개인보다는 조직이 자신과의 계약을 어겼다고 간주한다고 밝혔다. 직원 입장에서 상사는 해당 조직을 대표하는 인물로 조직과 동일시된다. 그래서 상사의 무례한 행동은 곧 조직이 직원을 공정하고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 직원은 상사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도 동료나 조직이 가만히 두고 보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도 분개했다. 다시 말해 상사의 잘못된 리더십이 결국 조직 탓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 전체에 앙갚음하기 위해 자기 지식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행동을 보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조직원이 상사 개인을 원망하는 마음 자체도 직원들의 지식 은폐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상사의 무례한 언행이 증가할수록 종업원의 상사에 대한 공격성 수준이 높아졌고, 직원들은 상사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지식을 더 많이 은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입장에서는 아무리 불만이 생겨도 지위가 높은 상사에게 직접적인 앙갚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보다 권력이 약한 동료 혹은 부하 직원에게 지식을 숨김으로써 상사 대신 보복 행위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사에 대한 공격성이 지식 은폐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설명한 조직에 대한 불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상사의 무례한 언사나 행동이 직접 당하는 부하 직원 한 사람뿐 아니라 조직 내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더 한 사람의 부정적인 영향은 그 순간에는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지식 은폐라는 방식으로 서서히 은밀하게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기업은 상사 개개인이 부하 직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의 깊게 관리해야 조직 내 지식 공유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직장상사#무례#직원#지식은폐#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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