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에 단체교섭권 부여, 급물살 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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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뚜레쥬르 매각 추진 논란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의 매각 추진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의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대립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9일 성명서를 통해 “CJ그룹은 뚜레쥬르 가맹점주협의회에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뚜레쥬르 점주들과 연대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결성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40여 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각 가맹점주협의회가 가입해 있는 단체다.

앞서 8월 CJ는 뚜레쥬르 매각설에 대해 “CJ푸드빌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뚜레쥬르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달 3일 서울중앙지법에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가맹점주를 무시한 일방적 매각을 지속해 추진하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11일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들은 CJ에 공문을 통해 “매각이 불가피하면 최초 투자금액에 5년간 발생하는 매장 총이익금을 주고 CJ에서 1300여 개 점포를 모두 사들인 다음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매각 추진 시 점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식업계에선 뚜레쥬르 점주들의 요구가 CJ푸드빌 입장에선 이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모펀드로 매각된 후 침체 논란을 겪고 있는 일부 브랜드의 사례도 점주들의 반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미국 본사가 국내 투자사 케이에이치아이에 매각한 피자헛을 비롯해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등은 사모펀드 인수 후 경영실적 악화를 겪었다. 2013년 TRG에 인수된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가맹본부의 실적은 대폭 개선됐지만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비용 전가가 많아졌다고 반발해 갈등을 겪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뚜레쥬르 매각 논란이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 논의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여당이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9건에 이른다. 대부분 가맹점주 단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가맹본부가 점주 단체의 협의 요청을 거부하는 걸 금지하는 방식으로 점주 단체에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도 연내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은 “가맹본부와 점주의 관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집단적 대응권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별로 평균 3억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일방적인 브랜드 교체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본부의 ‘먹튀 매각’ 후 본부의 관리 소홀에 투쟁하듯 사업장을 지켜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점주들의 무리한 요구에 의무적으로 따르게 되면 본부와 가맹점이 공멸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령 점주들이 단체로 로열티 인하를 요구해 이를 받아들이면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투자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계약으로 맺어진 독립된 사업자 관계인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를 ‘사용자와 노동자’로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뚜레쥬르 매각#가맹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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