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도시락으로 “해외여행 아쉬움 달래세요” [떴다떴다 변비행]

변종국기자 입력 2020-07-21 15:20수정 2020-07-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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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는 살기 위해 전례 없는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정리해고, 유·무급 휴직은 물론 비행기 조기 반납 및 퇴역 등 정리할 수 있는 건 정리하자는 기류가 형성된 듯 합니다.


기내식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선 운항이 70~80% 가량 줄어들면서 기내식 공급이 줄어들었고, 매출이 폭락하면서 운영조차 힘든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이에 기내식 업체들과 항공사들은 궁여지책으로 기내식을 지상으로 공수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원래 기내식은 보세 및 면세 제품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하늘에서 먹는 기내식을 지상으로 공급할 수는 없습니다. 쉽게 말해 면세 및 기내식 운영에 관한 법 때문에 기내식의 외부 반출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기내식을 도시락 형태로 만들어 지상에서 판매하는 방법이 등장한 겁니다. 세계적인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 호주는 6월 비행편이 없어 제공하지 못하게 된 기내식을 한 개당 호주 달러로 약 2달러(약 25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용과 점심 및 저녁 식사 용 등으로 구분해서 10개 세트, 20개 세트로 묶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냉동상태로 집으로 배달이 되며,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시드니와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등의 도시에서만 판매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개최한 이번 행사가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퍼스 지역에서는 이미 매진됐고, 지금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1차 기내식 도시락 분량은 매진됐다고 나옵니다.

게이트고메는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국내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 가격에 소비자들이 기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기내식 업체들이 항공사들에게 제공하는 기내식 단가는 도대체 얼마일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많은 항공사들과 기내식 업체들이 지상에서 기내식을 공급하는 아이디어를 왜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이는 법적인 절차도 복잡하고 새로운 생산 공장을 확대하는 등 비용적인 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대부분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습니다. 2014년 에어푸드 원이라는 업체는 세계적인 기내식 업체 LSG 스카이 쉐프가 만든 기내식을 집으로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적자 누적으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러시아의 우랄 항공사와 태국 타이항공, 캐나다 에어노스 항공사 등도 기내식을 직접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이항공은 지난해부터 기내식의 지상 판매 사업을 준비했고 빵류 등은 이미 지상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타이항공은 미리 주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공항이나 상점 등에서 기내식을 수령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유콘주 화이트호스 시를 주 무대로 하는 에어노스 항공사는 해당 도시 내에서 약 6달러 정도에 냉동 기내식 배송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타이항공이나 에어노스는 자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시에서만 해당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내에서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기내식의 지상 판매를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편의점 회사가 코로나19로 비행기 여행을 못 가는 분들을 위해 ‘기내식 도시락’ 3종을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약 4000원 수준인데요.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로 기내식을 만들었고, 알루미늄 도시락에 담아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기내식의 지상 판매 사업이 부담스러웠던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POLARIS COOK BOOK’이라는 이름으로 자사가 만드는 기내식 조리법을 담은 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는 아예 쿠알라룸푸르 시내 등에 기내식 메뉴를 도시락으로 파는 ‘산탄 레스토랑’을 오픈 했습니다. 필자도 이 곳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한국 돈 5000원 정도면 음료와 함께 기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떴다떴다변비행 에어아시아 ‘산탄레스토랑’ 편, https://youtu.be/rNqvQTmGTA0)

최근 대한항공은 약 40년간 이어오던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매각한 건데요. 직접 기내식 업체를 운영하는 항공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계 최초로 비빔밥을 하늘 위에서 선보이는 등 한식의 세계화를 꾀했던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의 퇴장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할 때 지분 투자 형태로 기내식 사업에 재참여를 하고, 추후 경영 상황이 회복되면 다시 매입하는 조건을 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기내식 인프라 매각이 자칫 대한항공과 국적 항공사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극복됐으면 합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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