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에 이젠 특허소송…‘코리아 OLED’ 흠집내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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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4일 0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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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올레드 디스플레이 매출 전망(자료=DSCC) © 뉴스1
글로벌 올레드 디스플레이 매출 전망(자료=DSCC) © 뉴스1
일본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업인 JOLED가 삼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JOLED는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들이 설립한 합작사다.

이곳은 최근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업 TCL CSOT와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 생산을 위한 공동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자 생산 중인 TV용 올레드 패널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지난해엔 불화수소를 포함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을 위기로 내몰았던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코리아 올레드(OLED)’ 견제가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JOLED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2일 미국 텍사스 서부 지방법원과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이 자신들의 올레드 특허를 무단으로 도용해 ‘갤럭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며 수익을 냈다는 주장이다. JOLED는 “우리는 전세계에 4000여개의 올레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적재산권 침해에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JOLED는 2015년 1월 일본 정부 주도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재팬디스플레이(JDI), 소니, 파나소닉 등이 합작해 만든 올레드 전문 기업이다. 2016년 JDI가 INCJ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시장에선 JOLED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을 저격한 것을 두고 사실상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말 기준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 패널 글로벌 점유율 88.7%에 달하는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삼성은 JOLED가 설립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올레드 개발에 착수해 2007년 세계 최초 능동형 올레드(AM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2018년 8월에는 올레드 패널 누적생산 20억대를 돌파했고 2019년 상반기에 새로운 폼팩터인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를 내놓기도 했다.

중소형 올레드 시장에서 삼성이 큰 격차로 선두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JOLED가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일본의 디스플레이 산업 몰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1980년대 샤프를 앞세워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1990년대 삼성의 등장과 2000년대 이후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한때 ‘전자업계 왕’으로 불렸던 일본 소니는 2004년 삼성에 먼저 사업합작을 제안했고, 이때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인 S-LCD가 탄생했다.

삼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JOLED는 지난 19일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TCL CSOT로부터 200억엔(약 2300억원)을 수혈받아 TV용 올레드 패널 기술 공동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생산 중인 TV용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TCL CSOT와 자금난에 허덕였던 JOLED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 기술 흐름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올레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이 도태되고 있다는 점도 최근 JOLED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이 LCD를 장악하고 한국이 올레드 패권을 가진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에 따르면 글로벌 올레드 패널 매출은 올해 318억달러(약 38조4300억원)에서 2025년 512억달러(약 61조88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에선 글로벌 올레드 시장을 선도 중인 한국을 향한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의 견제는 예고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디스플레이·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것도 삼성,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삼성, LG, SK 등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국산화에 성공하며 오히려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감소로 이어지며 ‘제 발등 찍기’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 소송은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소니와 파나소닉이 합작해 야심차게 출범한 JOLED가 자금 조달과 양산 기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로열티를 통한 부가수익 창출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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