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지마! 외국계 회사는 ‘강제 공부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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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에 영업직 사실상 휴업… 본사 “공부라도 시켜라” 기강잡기
화상워크숍-교육 5배 늘어 직원들 “대학원 다니는 기분” 한숨

“요즘은 마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 수업까지 듣는 느낌이다.”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A사의 국내 지사에 다니는 정모 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의 업무 환경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근무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사업이 위축되면서 업무가 줄어들 법도 하지만, 미국 본사에선 “직원들을 놀리지 말고 공부시켜라”라는 지시가 쏟아지고 있는 것. 정 과장은 “화상 워크숍, 온라인 교육 등이 코로나19 이전보다 5배는 많아졌다”며 “일상적인 업무는 크게 줄지 않았는데, 교육 및 과제가 늘어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직 직원들은 ‘강제 공부 모드’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과거 전체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국내 업체들과 협업하는 데 썼지만, 코로나19로 외부인과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개점휴업 상태인 직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 바이오 기업 B사의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전체 근무시간의 70% 이상을 외부 영업에 썼는데, 그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영업직들은 온라인 교육을 받거나 자사 또는 경쟁업체 제품 관련 논문을 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장급 이상 중간 관리자들은 보여주기식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국내 자동차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외국계 협력업체 C사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선 코로나 초기만 해도 감염만 되지 말라는 지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내년을 대비한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못 하겠다고 하면 ‘그럼 당장 매출 올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할 수 있기에 본사 지시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 모드가 심화되면서 일부 외국계 직원 사이에선 ‘줌 프리데이(Zoom Free Day)’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기도 한다. 온라인 교육, 화상 직원 워크숍 등이 이뤄지는 줌을 하루라도 사용하지 않는 날이 필요하다는 외국계 회사원들의 애교 섞인 바람이 담긴 용어다. 외국계 반도체 설계회사 D사의 과장급 직원은 “통상 외국계 회사원의 특권은 미국 본사의 밤 시간인 우리의 낮엔 심리적으로 압박이 덜하다는 것”이라며 “이젠 각종 교육, 화상회의가 계속되면서 이런 여유가 사라졌다. 주 1회 줌 프리데이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외국계 회사#강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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