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이사-청소-과외… 숨은 고수-고객 찾아 매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개인 맞춤형 생활서비스 거래 플랫폼 ‘숨고’의 성장 전략

최근 대형 업체를 고용하거나 자급자족으로 해소했던 생활 서비스를 전문가에게 위탁해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과외, 가사일, 인테리어 등 이미 익숙한 일대일 서비스를 넘어 취미생활,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까지 그 범위도 다양해졌다.

2014년, 브레이브모바일이 운영하는 숨고는 이른바 숨은 고객과 고수를 찾아 연결하는 ‘개인 맞춤형 생활 서비스 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2016년 미국 최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돼 화제가 됐던 숨고는 현재까지 서비스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32만 명의 고수가 700여 종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체 앱 이용자 수는 230만 명이다. 사용자 간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9년 기준 누적 견적 수가 1000만 건, 거래액은 2450억 원에 달한다. 2019년 145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도 유치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5월 1호(296호)에 소개한 숨고의 성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틈새시장 1등보다 종합시장 2등 공략
음식 배달 플랫폼인 요기요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김로빈 브레이브모바일 대표는 종합 생활 서비스 거래 플랫폼 성공 사례를 국내 최초로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로 숨고를 창업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청소, 이사 시장 규모만 계산해 봐도 14조4000억 원에 달한다. 다양한 시장 정보를 기반으로 숨고 측은 하나의 서비스로 단일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한꺼번에 선보여 각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시작은 과외 서비스였다. 김 대표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과외를 구할 때마다 각기 다른 블로그나 카페, 중개업체를 들락날락해야 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플랫폼을 만든 후 모든 일을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과외 관련 블로그마다 들어가 가입자에게 일일이 메시지를 보내 숨고로 고수들을 스카우트했다. 거래 서비스 가격의 20% 정도를 떼는 업계 평균 수수료율보다 훨씬 적은 돈이 든다는 점에 고수들이 솔깃해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과외 고수들이 숨고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기 시작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부담 없이 플랫폼을 찾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0월, 숨고 서비스가 론칭됐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비스 론칭 석 달 만에 고수 3300명이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고객 수도 8700명에 달했다. 숨고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숨고는 고수들과의 인터뷰, 시장조사를 통해 옷장 정리, 비즈니스 영어, SAT 과외, 세탁기 청소 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다. 꼬박 3개월을 밤낮으로 고생한 끝에 3개의 서비스 카테고리, 150여 개의 서비스를 초기에 론칭할 수 있었다.
○ 최소한의 관여로 최고의 매칭을
숨고는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비스 내용, 가격 모두 플랫폼에 들어온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결정하도록 설계했다. ‘시장의 힘’에 주목한 결과다. 숨고는 흩어진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필요한 정보를 여과 없이 공개해 정보 비대칭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다. 정보 효율성을 높인다면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잠자고 있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의 질과 가격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 서비스나 가격을 플랫폼이 직접 정하기보다 고객이 고수와 연락해 고객이 직접 서비스의 범위와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수 입장에서도 숨고가 제공해 준 고객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자신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고수는 다른 플랫폼의 거래 수수료보다 훨씬 더 적은 돈(1200∼1만1700원)을 들여 숨고로부터 거래 가능성이 높은 고객 정보를 제공받는다. 고수는 거래 성사율이 높은 고객을 선택해 직접 연락함으로써 더 많은 거래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 고수의 전담 마케터로 활약

고수들에겐 숨고가 유능한 마케터로서 일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숨고의 카테고리 매니저들이 고수들을 전담 마크한다. 고수들은 대부분 영세한 사업자이거나 개인이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거나 찾아도 과도한 비용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숨고에 등록한 고수들은 복잡하고 불합리한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플랫폼에 자신의 프로필만 올리면 된다. 고수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광고하지 않아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숨고는 실제 고수들의 삶을 바꿔 놓기도 했다. 폐업 위기에 있던 A청소업체 대표는 숨고를 통해 재기해 직원 20여 명을 고용한 어엿한 대표가 됐다. 이 회사는 현재 다른 청소 플랫폼에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의 약 70%가 숨고를 통해 나온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내는 광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시달렸던 B인테리어 업체 대표도 작은 인테리어 공사 수주 경력을 바탕으로 하나둘씩 거래를 늘렸다. 절반 이상의 수입을 숨고를 통해 벌었다.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은 고객 정보를 파악해 고수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거래 성사율을 높이고, 고객에게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정 가격의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 플랫폼의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숨고#브레이브모바일#생활서비스#거래 플랫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