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고교학점제 도입 따라 필요”
대학 “심층면접-논술 강화 불가피”
학부모 “불안해지면 학원 더 보내”
여론 수렴절차 거쳐 내년 3월 확정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학과 학부모들 사이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입시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을 제대로 뽑기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사실상 ‘대학별 고사’ 부활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교위는 중장기 대입 개편 방향 등을 담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올 하반기(7∼12월) 발표하고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확정할 방침이다.
● “절대평가 없이 고교학점제 의미 퇴색”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교육위원회 6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1.15. 뉴시스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가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달한 ‘공교육 혁신 보고서’에는 수능과 고교 내신을 모두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담겼다. 1등급 기준 점수를 80점 이상, 2등급은 70점, 3등급 60점 등으로 하고 등급별 비중은 20%로 맞추는 구상이다. 다만 한시적으로 1등급을 최대 30%까지 허용하고 1등급과 2등급 사이의 ‘1―’등급을 주는 장치도 제안됐다.
현재 예비 고2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은 수능 상대평가 9등급제(영어 제외), 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절대평가 병기)로 운영된다. 국교위가 정할 개편 방향은 이르면 2032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국교위 등은 지난해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만큼 절대평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는 제도로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인데, 상대평가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교위 관계자는 “내신 유불리를 따져 수강 인원이 많은 과목을 택하거나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절대평가를 하지 않으면 고교학점제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교육감 재임 시절부터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했고, 올해 시도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예비 후보자들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절대평가를 지지하고 있다.
● 대학들 “심층면접, 논술 더 강화할 수밖에 없어”
서울시교육청 2026 대입 정시모집 대비 진학설명회를 찾은 수험생 학부모가 입시 설명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12.13/뉴스1하지만 대학 대부분은 학업 수준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절대평가 도입에 부정적이다. 일부 대학은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논술 전형 강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주요 사립대의 입학처장은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최상위권 학생을 뽑는 의학계열 학과 등에서 정시 모집에도 심층면접을 추가하거나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권 대학의 입학 담당자는 “상위권 학교는 심층면접만으로 학생 평가가 쉽지 않다”며 “사실상 대학별 고사가 부활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절대평가에서는 ‘내신 부풀리기’ 같은 편법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도권 대학의 관계자는 “학교 측이 시험 난도를 의도적으로 내리거나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조절해 내신을 부풀릴 수 있다”고 했다. 입학처장 출신인 배영찬 한양대 명예교수는 “매년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다른데 절대평가로 등급 간 적정 비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신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심층면접이나 논술 전형이 강화되면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금도 수시 면접이나 논술 전형에 지원하면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서울 학원으로 올라오는 지방 학생이 많다”며 “대학마다 심층면접 등으로 평가 전형을 강화한다면 사교육 환경이 좋은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2 학부모 김제란 씨(46)는 “상대평가는 시험이 어려워져도 대략적인 성적 구간이 예측되는데 절대평가는 어렵다”며 “불안해지면 학원을 더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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