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0.5%P ‘빅컷’… 금리인하 도미노 시작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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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코로나에 기준금리 기습인하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를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날 사전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음에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뉴욕=AP 뉴시스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를 우려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날 사전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렸음에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전 예고 없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Big cut)’을 단행했다. 긴급 금리 인하도, 한꺼번에 0.50%포인트를 낮춘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은 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춘 1.00∼1.25%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18일 예정된 정례 FOMC를 앞두고 이뤄진 기습 조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증시가 개장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및 바이러스 차단 조치가 미국과 해외 경제에 당분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천명한 ‘베이비스텝’ 원칙, 즉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바꾼다는 룰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왔다. 12년 만에 이 원칙을 깰 만큼 경기 침체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미국 주요 지수는 오히려 3% 가까이 하락했다. ‘돈의 달인’으로 불리는 미 경제방송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번 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이 ‘와우, 코로나19 충격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모양이네’라고 느끼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시장을 살리려는 연준의 노력이 시장에 역효과를 냈다는 뜻이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생산 차질, 소비 침체에 직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는 커지고 있다. 앞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콘퍼런스콜(전화 회의) 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적절한 재정적 조치 등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유럽과 일본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금리 조정보다는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한발 먼저 경기 부양책을 동원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대출금리 하향 등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취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생활비 지원과 감세 정책 등을 실시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큰 이탈리아도 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 침체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코스피가 2.24% 상승 마감했다. 앞서 7거래일 동안 4조5568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가 8거래일 만에 1530억 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한미 간 금리차가 없어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이 주목받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7.4원 내린 달러당 1187.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4일 한은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등을 점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상황이 급박해 금리 인하 시점에 따라 추경 효과가 커지거나 반감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은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4월 9일) 전에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인하한 적이 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자현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증시#빅컷#코로나19#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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