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는 듯… 재택근무 업그레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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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기업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 사내근무 수준 업무환경 지원
생체인증 등 보안 기능도 강화… 업무 공백 없이 생산성 높여

“중요한 자료와 업무 프로그램은 회사에 다 있는데….”

국내 한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의 중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A 씨는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재택근무를 지시받고 걱정이 앞섰다. 그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사에 들르지 못한 채 서울 자택에서 자가 격리중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최근 도입한 클라우드 기반 재택·자율 근무시스템 기능을 뒤늦게 확인하고 걱정이 사라졌다. 사양이 낮은 개인 컴퓨터로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하자 고사양 프로그램들이 자동 업데이트되면서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업무 환경이 지원됐기 때문이다. A 씨는 “2주간 공백이 생기면 업무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됐는데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첨단 재택근무 시스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확진자가 소속된 회사, 확진자가 다녀간 사업장들이 폐쇄되고, 예방 차원의 자가 격리까지 늘면서 업무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클라우드 업무 시스템을 개발·적용해 온 ICT 기업들은 오히려 신종 코로나 사태를 자율근무 생산성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 출장자 등에게 2주간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SK텔레콤은 클라우드 기반 근무시스템 ‘마이데스크’를 개발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예컨대 SK텔레콤의 5세대(5G) 이동통신망 설계담당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이라도 개인 컴퓨터로 클라우드에 접속하면 3차원(3D) 지도를 기반으로 5G망의 설치 높이, 각도에 따른 5G 도달률까지 계산해주는 ‘5G T-EOS’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어느 기기로 클라우드에 접속하든지 고사양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필요한 작업이 가능하다. 또 클라우드 시스템이 재택근무자의 통신망을 일반적인 TCP 방식보다 빠른 TCP/UDP 방식으로 자동 업데이트해 업무 속도를 지원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래픽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출장이나 재택 추가 근무를 할 때 회사 컴퓨터를 집에 가져가는 일이 잦았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기침, 인후통이 있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는 KT도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 ‘KT VD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가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을 자동 제공하기 때문에 자택에서도 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업무가 가능하다. 가상공간인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업무 관련 프로그램들이 개인 컴퓨터에 저장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IT업계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대한 보안도 재점검하고 있다. LG CNS와 LG유플러스는 업무망과 인터넷망으로 분리해 보안 자료의 일반 인터넷망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SK텔레콤은 생체인증 시스템인 파이도(FIDO)를 자체 개발해 마이데스크에 장착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근무시간과 공간을 정하는 자율근무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격업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리모트몬스터의 최진호 대표는 “화상회의 등을 넘어 일대일 영어 튜터링, 피트니스, 예배 등에도 첨단 원격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IT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의 영역과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재택근무#ict#클라우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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