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노 젓는 삼성?…美 ‘화웨이 제재’에 몸사리는 삼성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28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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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화웨이는 스마트폰 경쟁사이자 반도체 고객
이익률 30% 반도체 vs 10% 스마트폰 사이서 ‘딜레마’

서울 중구 서소문동 화웨이코리아. /뉴스1 © News1
서울 중구 서소문동 화웨이코리아. /뉴스1 © News1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몸을 사리고 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서는 ‘경쟁자’지만 반도체에서는 ‘최대 고객사’기 때문이다.

이달초부터 시작한 싱가포르 법인의 화웨이 관련 프로모션도 일상적인 마케팅 활동인데 ‘물 들어올 노 젓는 삼성’으로 부각되는 게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5대 매출처로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과 함께 화웨이가 포함됐다. 삼성전자가 이들 5개 사와의 거래에서 올린 매출은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12%가량인 6조3000억원이다.

액수로 보면 적지 않은 규모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14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직전분기 7조7700억원과 비교할 때 ‘반토막’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반도체 수입을 줄이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줄어들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반도체와 달리 스마트폰은 화웨이 제재로 빛을 볼 수 있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울 뿐더러 반도체만큼 큰 이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

우선 화웨이가 강세를 보이는 유럽과 동남아 등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야하는 데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중고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는 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즉각적인 반사이익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고가의 화웨이 스마트폰을 팔아야 그 돈으로 다른 스마트폰을 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반도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쇼크’임에도 30%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IM부문은 올 1분기 27조2000억원 매출에 2조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장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스마트폰 판매에 따른 실익보다 반도체 큰손을 놓치는데 따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다. 휴대폰, 이동통신 장비, 반도체 등 사업군이 다양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특정 사업부문의 수혜만 노릴게 아니라 그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려는데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더 많은 미국에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어서 우리 기업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참 곤란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미중무역 전쟁이 원만하고 조속하게 마무리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에서 거둬들이는 이익이 스마트폰보다 월등히 많으니 스마트폰에서 반사 이익을 본다는 보도나 발표 등이 불편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이런 상황은 무역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가 싱가포르에서 갤럭시S10시리즈에 대한 보상판매 프로모션을 화웨이에 대한 제재 틈을 타 이득을 보려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해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인의 프로모션은 이달 1일 시작했고 대상도 화웨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모델도 포함돼 있다”며 “화웨이 제재와 엮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 조치는 이달 15일(현지시간) 이뤄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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