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4개월째 0%대 상승…유류세 인하 끝나면 2%대 회복할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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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비 0.6% 올라
올 1월부터 4개월째 '0%대' 상승 이어가
1~4월 누계 상승률은 1965년 이래 최저
"한은 목표치보다 한참 낮아…수요 부진"
"'자산 가치 하락' 결과 아닌지 주시해야"

4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를 이어갔다. 올 1월부터 4개월 연속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등 정책을 시행한 결과”라며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를 일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저조한 현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관가 안팎의 관심사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라진 이후에 물가 지표가 어떻게 나타나느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9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해 12월 1.3%를 끝으로 올 1월 0.8%→2월 0.5%→3월 0.4%→4월 0.6%로 4개월째 0%대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4개월 연속 0%대 상승은 2016년 5~8월 이후 3년여 만이다. 10개월 연속 0%대 상승을 이어갔던 2015년 2~11월 이후 최장기간이다. 또 1~4월 누계 상승률(0.5%) 기준으로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다.

계절·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제외하고 물가의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하는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도 0.9% 오르는 데 그쳤다. 두 달 연속 0%대 기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원물가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역시 0.7% 상승, 두 달째 0%대를 지속했다.

이런 상황에 관해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한 여파’라는 해석을 내놨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타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품목은 석유류”라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유류세 인하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선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국장)은 “국민의 유류값 부담을 낮추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게 1% 미만의 물가 상승률을 나타낸 데 영향을 미쳤다”면서 “하반기로 갈 수록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해명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수요 부진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물가 상승률이 낮은 현 상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생산·투자 등 수요를 나타내는 산업활동 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월 전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7%, 설비투자는 15.5% 감소했다. 경기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역대 최장기간인 10개월째 동반 하락하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말대로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석유류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고 4개월 연속 0%대 물가 상승만으로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은행 물가 상승률 목표치(2.0%)보다 한참 낮은 점을 보면 가계, 기업 등 한국 경제 주체의 수요가 약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김재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저조한 물가 상승률이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결과라면 과거 일본처럼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실물 부문의 가치 하락에 방아쇠를 당겨 경제 주체의 경제 행위가 위축되는 중이 아닌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라진 뒤의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석유류의 경우 가계와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므로 이 수요를 파악하는 게 경제 주체의 심리를 파악하기에 유용하다는 얘기다.

5월6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은 기존 15%에서 7%로 낮아진다. 8월에는 유류세 인하가 종료된다. 통계청은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면 물가 상승률이 0.1~0.15%포인트(P)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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