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비적정’ 아시아나, 9578억 상환자금 조달 험난

  • 동아일보

감사서 ‘한정’ 판정 후폭풍 거셀듯
관리종목 상태로 주식거래 재개… 재무제표 신뢰성 타격 불가피
“영업력-현금흐름 문제 아니다”… 재감사로 불확실성 해소 서둘러

아시아나항공이 2018년도 회계감사에서 ‘한정’ 판정을 받으면서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95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이 걸려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26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로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 타격으로 향후 재무구조 개선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한정 판정으로 인한 기관투자가 이탈 등을 막기 위해 빠른 시일 안에 재감사를 신청해 ‘적정’ 의견을 받는다는 목표로 분주하게 회계법인과 충당금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정’ 의견은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감사 범위가 제한되거나 재무제표의 일부 항목이 회계기준에 부적합할 때 내놓는다. 앞서 22일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내놓아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한 유가증권 상장사 관계자는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신외감법)’ 시행으로 회계 감사가 깐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에 ‘비적정 의견’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정 의견을 받은 주된 이유는 빌려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에 대한 반납정비 충당금, 마일리지 충당금 추가 반영 문제 때문이다. 영업 능력 등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밝혔던 순손실 104억 원이 감사보고서상으로는 1050억 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1784억 원에서 886억 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회계처리에서 충당금을 높게 설정해 순손실이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정 의견이 나온 직후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목표주가를 10∼30%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아시아나항공을 장·단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각각 등록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재무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는 회사가 ‘적정 의견’을 받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회사가 애초에 제시했던 잠정 실적과 감사 후 실적 간 괴리가 크다”며 “회계법인이 향후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제시해도 재무제표 수치가 또 한번 변동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빌린 항공기의 반납정비 충당금이 문제로 부각되며 아시아나항공이 운용하고 있는 82대의 항공기 가운데 50대가 빌려온 것으로 나타난 점 역시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리스 항공기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7% 수준이다. 올해부터 모든 리스가 부채로도 인식되게 되는 등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이 높아져 향후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시아나가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9578억 원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150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850억 원은 납입이 확정됐지만 이번 감사를 계기로 나머지 650억 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은 취소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를 감안해 추가적인 영구채 발행은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올해 차입금 상환은 재무부서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아시아나#상환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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