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급 금융지주와 핀테크 업체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신한금융-토스’ 컨소시엄은 신한금융의 이탈로 흔들리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신한금융이 빠졌어도 새롭게 주주를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완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신한금융의 불참은 큰 공백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과 27일 신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최대 2개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신한금융과 토스 컨소시엄(토스뱅크), 하나금융-SKT-키움증권 컨소시엄(키움뱅크)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두곳이 무난하게 인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주 신한금융이 토스 측과의 이견으로 컨소시엄에서 빠진다고 밝히면서 키움증권이 최대주주를 맡는 하나금융-SKT-키움증권 컨소시엄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과 토스 측은 “설립 방향과 사업모델 등에서 입장차가 있어 함께 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고 설명했다. 2대 주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신한금융 이탈의 여파로 현대해상, 직방 등 다른 주주 참여자들도 불참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스타트업 모델의 인터넷은행을 지향한 반면, 신한금융은 생활 플랫폼들과 연계한 대중적인 오픈뱅킹 모델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특히 재무적 투자자(FI) 이상으로 지분을 더 갖고 실질적인 운영에도 참여하기 원했으나 토스 측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예비인가 신청을 목전에 두고 기존 컨소시엄 구성을 이어가지 못하게 됐으나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할 새로운 주주단을 꾸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금력과 금융 노하우를 지닌 신한금융을 보고 참여했거나 참여하려했던 주주들이 줄이탈 하고 있다. 현대해상, 한국신용데이터, 직방이 불참을 선언했고 생활 플랫폼인 카페24·무신사도 참여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토스는 국내외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다시 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토스가 벤처캐피털 쪽 외국계 자본을 유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비인가가 코앞이라 물리적 시간도 촉박한데다, 투자 유치를 성사해도 수년 안에 1조원 이상의 자본금을 수혈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시작할 때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실제로 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본금은 1조원 이상이다. 250억원으로 시작해도 수년 안에 1조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자본금은 1조3000억원이었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800억원에 그치지만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으로 Δ혁신적 사업계획 700점 Δ자본금 및 자금조달 방안 100점 Δ대주주 및 주주구성 계획( 100점 Δ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 100점을 제시했다. 혁신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으나 자본금이나 주주 구성에서 토스 컨소시엄이 신한금융을 끼고 있을 때 만큼 높은 점수를 얻기는 어려운 구조다.
유력 후보가 레이스 시작 전 포기한 상황이 오자 인터넷은행 흥행을 바랐던 금융당국도 내심 난감한 처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한금융이 포기를 발표한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은행업을) 잘 영위할 수 있는 신청자들이 신청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그 부분(신한금융)은 의외”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은행 정책이 좌초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흥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보고 혁신성, 안정성, 수익성 전망 등 심사 항목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금융권에서 나오는 우려에 대해 토스 측은 “혁신과 포용의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고, 비록 기존 컨소시엄 구성은 깨졌지만 완주할 것”이라며 “우리가 이루려는 금융혁신에 함께 할 새로운 주주 구성을 마치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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