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득성장’ 10년만에 최악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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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 소득, 하위 20%의 5.2배
최저임금發 고용쇼크 직격탄에 저소득층 근로소득 15.9% 급감
자영업도 타격 사업소득 20% 줄어

올해 2분기(4∼6월)에 최저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줄어든 반면 최고소득층의 소득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계층 간 격차가 2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1년 넘게 펼쳤지만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분배가 악화되면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23일 내놓은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가구의 2분기 월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올 1분기(1∼3월) 1분위 가구 소득이 8.0% 감소하며 사상 최대로 줄어든 데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을 보인 것이다.

최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한 것은 1분위 가구에서 취업자가 유독 많이 줄었고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20% 넘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여기에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15.9% 줄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저소득층이 많이 종사하는 도·소매 숙박음식업과 임시일용직에서 고용이 많이 줄면서 1분위 가구 내 무직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13만5000원으로 1년 만에 10.3% 늘었다. 임금 수준이 높아진 데다 가구원 중 새로 취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저소득층과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중산층인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소득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 줄었다. 이는 사업소득이 7% 감소한 영향이 컸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식당 슈퍼마켓 미용실 등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배였다. 최고소득층이 세금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최저소득층의 5배를 훨씬 넘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소득 격차는 2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5.24배) 이후 가장 높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분위 배율이 올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가계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 기자
#거꾸로 소득성장#최악 양극화#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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