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공격에 방어 나선 현대車… 국민연금 선택은

  • 동아일보

29일 ‘지배구조 개편안’ 임시주총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쥐어… 의결권행사 전문위가 결정 맡을듯
업계 “반대표 던질 가능성 낮아”


29일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논의할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번 주총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가 홍역을 치른 국민연금은 이번 의결권 행사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개편안에 대한 주주들의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주가 흐름을 보며 최대한 결정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민연금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아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도 8.44%를 갖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으로선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이번 분할 합병으로 현대차그룹 전체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따라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이번 주부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과 관련한 의견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6일 권고안을 국민연금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통상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에 대한 결정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 맡긴다. 하지만 이번엔 독립적이고 투명한 결정을 위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에서 3인 이상이 요구하면 의결권 행사 권한을 갖게 된다. 의결권 전문위는 정부(2명), 기업·사용자 단체(2명), 근로자(2명), 지역가입자(2명), 연구기관(1명)이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된다.

주요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산운용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굳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많았지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회사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편”이라며 “국민연금이 무리해서 반대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장기투자자 관점에서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의 투자 차익을 노리기보단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그룹사 내부의 장기적 시너지를 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우호적이더라도 현대모비스 주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주가가 주총 직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23만3429원) 아래로 떨어지면 주주들이 개편에 반대하며 주식 매수를 회사에 요청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 측에 보유 중인 주식을 행사가격에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11일 2.38% 오른 데 이어 이날도 1.27% 상승한 24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차 주주들에게는 큰 이득이 없다”며 “현대차와 모비스 주식을 모두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현대자동차#지배구조#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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