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노사 “인력감축 대신 인건비 삭감”, 産銀 “목표에 맞는지 따져 수용여부 결정”

  • 동아일보

노사, 시한 18시간 넘겨 합의
인건비 60% 5년간 줄이기로… 産銀 “목표 미달땐 법정관리 신청”

STX조선해양 노사가 9일 밤 12시를 넘겨 도출한 자구계획안에 동의하는 노사확약서를 10일 오후 KDB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노사는 인력 감축 대신 인건비를 60% 줄여 채권단의 요구인 ‘고정비 40% 감축’을 맞추기로 합의했다.

산은은 합의안이 고정비 감축 목표를 맞추는지 검토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STX조선은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STX조선 노사는 이날 오후 6시경 협상을 완료하고 인건비 절감안을 담은 자구계획안과 함께 노사 대표가 해당 내용을 이행하겠다는 확약서를 산은에 제출했다.

이 회사 노조는 당초 산은이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으로 요구했던 9일 오후 5시는 물론이고 한 차례 연기한 시한인 9일 밤 12시를 18시간 넘겨 겨우 확약서에 서명했다.

STX조선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비상대책위를 소집해 조합원들에게 자구안에 관한 설명회를 열고, 조합원 총투표는 생략한 채로 사측과 합의한 노사확약서와 관련한 동의를 얻어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인력 감축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아웃소싱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안을 거부하고, 대신 인건비를 5년간 60% 삭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5년간 6개월씩 무급휴직 실시 △기본급 등 임금 5% 삭감 △성과급 300% 반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사측은 이런 방식으로 인건비가 약 60% 줄어들면 직원들의 연봉이 1400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실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아웃소싱을 통한 고용 유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노조는 사내 하청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느니 돈을 적게 받더라도 정규직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STX조선 노조는 이런 방식으로 고정비 절감 목표를 대체로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채권단은 고정비 40% 감축을 위해 695명의 STX조선 생산직 직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산은은 “회사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컨설팅 수준 이상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확약서 검토는 1, 2일이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회사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일부 선주 사이에선 STX조선에 발주한 선박 물량을 회수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추가로 시간을 더 끌기는 어렵다”며 “자구안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TX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이 지난달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된 만큼 정부의 결정도 거쳐야 한다.

황태호 taeho@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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