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에 제동 걸었던 ‘엘리엇’…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추가조치 요구

  • 동아일보

“1조원 규모 지분 보유” 밝혀… 단기 투자수익 노린 포석인듯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환영하면서도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엘리엇 계열 펀드 투자자문사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3곳에 10억 달러(약 1조605억 원)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3개 계열사 시가총액 약 73조5000억 원의 1.36% 수준이다. 각 사 지분이 5% 이상은 돼야 공시의무가 있어 회사별 지분은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업계에서는 투자액의 절반이 현대모비스로, 약 2%대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보도자료에서 “현대차그룹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기업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을 환영한다”면서도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 개선, 재무구조 및 수익률 향상 계획 등에 대한 상세한 로드맵을 공유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엘리엇 측과 현대차 경영진이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엘리엇의 움직임에 대해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단기 투자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정부의 규제나 여론에 취약한 시점을 틈타 낮은 지분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2016년 삼성전자에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투자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점쳐진다. 엘리엇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 계열 3개 회사는 그간 시장에서 현대차가 지주사로 전환한다면 분할 합병할 회사로 예측해 왔던 곳이다.

현대차는 시장 예상과 달리 지난달 말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 1단계인 현대모비스의 인적 분할과 글로비스와의 합병은 5월 29일 임시주총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엘리엇의 지분은 낮지만 해외 기관투자가와의 연대를 통해 개입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날 현대차(2.96%), 현대모비스(3.52%), 기아차(2.52%)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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