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집행한 연구개발(R&D) 비용이 처음으로 16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비용으로 전년(14조7943억 원)보다 13.6% 증가한 16조8056억 원을 썼다.
삼성전자는 2011년 10조3114억 원을 집행하며 처음으로 연간 R&D 규모 10조 원대를 넘긴 이래 2013년(14조7804억 원) 이후 꾸준히 14조∼15조 원대 규모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R&D 비용은 10년 전인 2007년(5조9425억 원)과 비교하면 180% 이상 늘어난 것이다. 다만 매출도 지난해 239조57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조 원 이상 늘면서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로 전년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졌다.
LG전자는 처음으로 R&D 연간 규모가 지난해 4조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4조337억9700만 원으로 전년(3조8831억300만 원)보다 1500억 원가량 늘었다. LG전자는 R&D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의 국내 R&D 인력은 전년보다 200명 늘어난 1만970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직원 가운데 R&D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0.8%포인트 늘어난 52.3%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2014년 처음으로 R&D 인력 비중이 50%를 넘은 이래 줄곧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외에 로봇, 자동차부품 등의 사업 분야에서 지속적인 R&D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R&D에 1조9116억 원을 쏟아부으며 전년보다 34% 가까이 늘렸다. R&D 비용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9%로 전년과 2015년의 5.4%보다 1.5%포인트 올라갔다.
SK하이닉스도 2조4870억 원을 R&D에 투입해 전년(2조986억 원)보다 규모를 늘렸다. 다만 반도체 호황으로 SK하이닉스도 매출이 크게 늘어난 까닭에 R&D 비중은 전년(12.2%)과 달리 한 자릿수(8.3%)로 떨어졌다.
전자·정보기술(IT)업계가 R&D 비용을 크게 늘린 가운데 국내 매출 상위 20대 기업 총액은 32조3937억 원으로 전년(28조9511억 원)보다 12% 늘어났다. 2016년 전년 대비 2%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국내 주요 그룹은 지난해 시설투자액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자산 5조 원 이상 57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341개사의 유·무형 투자 명세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누적 투자액은 85조9556억 원으로 전년도 63조5569억 원보다 22조3987억 원(35.2%)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6조 원 투자를 늘리면서 전체 대기업 그룹 투자 증가액의 74%를 차지했다.
삼성그룹 투자액은 29조1308억 원으로 전년보다 13조8251억 원(90.3%)이나 급증했고, 57개 전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9%에 달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366억 원(200.2%) 늘렸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년보다 6260억 원(7.6%) 감소한 7조6200억 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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