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난 반도체… 설설 긴 자동차

  • 동아일보

주요기업 지난해 실적 공개

자동차, 반도체, 가전제품 등 국내 수출 산업을 책임지는 주요 기업들이 25일 ‘2017년 성적표’를 공개했다. 반도체 초호황기 ‘슈퍼 사이클’ 덕을 본 SK하이닉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맏형 네이버는 역대 최고 매출·영업이익 기록을 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LG전자도 연간 매출 신기록을 썼다.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 노조 파업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1094억 원, 영업이익 13조721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 이명영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환경이 지속된 것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도 D램 20%, 낸드플래시 40%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31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사업으로만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35조 원 안팎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반도체 실적을 합치면 한 해 동안에만 매출 100조 원이 넘는 셈이다.

다만 슈퍼 사이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수요 증가 요인은 많지만 올해 말부터는 시장 호황기가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해 말 “중국을 중심으로 신규 공급이 늘어나 2019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영업이익은 4조5747억 원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매출액은 96조3761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신차 효과와 금융 부문 성장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주요 시장에서 경쟁 심화로 인센티브 비용이 증가했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며 매출원가율이 높아졌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판매량 급감은 지분법 손익에 따라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경상이익은 4조4385억 원으로 전년보다 39.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4조5464억 원으로 20.5% 감소했다. 지난해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78만5000대로 전년보다 31.3% 하락했다. 중국을 제외한 판매량(도매 판매 기준)은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코나와 G70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전년보다 4.6% 증가한 68만8939대를 팔았다.

기아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622억 원으로 전년보다 73.1% 감소했다. 반면 매출은 1.6% 증가한 53조5357억 원이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판결로 충당금 1조 원가량을 반영함으로써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60조 원을 돌파했다. 생활가전사업을 맡고 있는 H&A사업본부(1조4890억 원), TV사업을 맡고 있는 HE사업본부(1조5667억 원)가 각각 연간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지난해에도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총 7172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6년 총 1조2181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적자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원가 개선을 통한 안정적 수익구조 등을 통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4조6785억 원, 영업이익 1조1792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 클릭당 과금(CPC), 클릭 후 제품구매(CPS) 등 비즈니스 플랫폼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4%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일반 디스플레이광고(DA) 같은 광고 부문도 전년 대비 15.5% 상승한 매출 4613억 원을 기록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웹툰에 600억 원,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웨이브미디어에 535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서동일 dong@donga.com·한우신 기자
#반도체#자동차#가전제품#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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