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포기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현 정부와 결이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난 시장주의자… 시대 분위기와 달라… 정부에 정책 건의해도 잘 안 통해”

“제가 살아온 과정과 현 정부를 끌고 가는 분들이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금융투자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황 회장은 ‘검투사’라는 별명답게 업계의 이익을 잘 대변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자본시장 균형발전 30대 과제 등 산적한 현안들이 추진력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시장주의자이지만 현 정부는 정부 역할을 강조하며 강한 정부, 큰 정부로 가려고 한다”며 “내가 시대적 분위기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해도 잘 통하지 않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출마 결심은 종합금융투자사의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이의 제기에 국회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것을 보며 회의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외교 용어로 척결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라는 말이 지금의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현 정부와의 갈등을 내비쳤다.

업계도 황 회장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등 당국과 은행권 등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해외 투자은행(IB)과의 격차 해소,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온 중점 과제들도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회장 투표권이 있는 회원사의 80% 이상은 황 회장을 지지했다”며 “차기 회장으로 누가 오든 업계 목소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불출마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금융투자협회장#황영기#정책#정부#불출마#금융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